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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대구시의회 '청부입법' 논란, 왜?

대구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축제 열흘도 남기지 않은 시점인 7월 1일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대구시청 안팎에는 '파워풀 대구'라는 간판이 붙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선거 당시부터 '컬러풀 대구'라는 브랜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당선 이후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컬러풀 대구'라는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은 '대구광역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에 명시되어 있고, 이 때문에 홍 시장, 나아가 대구시가 이 조례를 어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대구시 "조례 개정 통해 '파워풀 대구'를 통합 슬로건으로"

그러자 대구시는 7월 7일 '파워풀 대구'를 대구시 통합 슬로건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04년 이후 대구의 도시 브랜드는 '컬러풀 대구'가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 브랜드와 별개로 대구시장들은 자신의 가치를 담은 슬로건도 따로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권영진 전 시장의 경우 도시브랜드는 '컬러풀 대구'였지만, 시정 슬로건은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였죠. 홍준표 시장의 대구시는 "브랜드 슬로건이 조례에 규정돼 있어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 철학과 맞지 않을 경우 변경하는데 논란을 빚어 왔다"면서 도시 브랜드와 시정 슬로건을 하나로, 즉 '파워풀 대구'로 바꾸기로 결정한 겁니다.

시장 바뀔 때마다 슬로건 변경? 장점과 단점 동시에 존재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마다 대구의 슬로건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컬러풀 대구'가 좋든 싫든 20년 가까이 사용된 이 브랜드에 축적된 이름값을 포기하는 측면도 있고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마다 대구 곳곳의 브랜드 교체를 위한 비용도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백억 원 이상 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구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시장이 펼치고 싶은 가치를 '조례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면 그 역시 시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양측의 주장을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하느냐에 달린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가 선택한 방법은 '그 조례'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구광역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를 고쳐 '컬러풀 대구'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조례를 만들거나 고치는 것은 대구시의회에서 하는 일이 아니었던가요? 조례는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지방자치단체의 법' 조례, 지방의원뿐 아니라 지자체장도 발의할 수 있어

"법대로 하자"고 할 때의 법률은 보통 국회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하지만 대구시나 경상북도, 대구 서구나 경북 경산시처럼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된 구체적인 법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례라고 하며 지방의회, 즉 대구시의회나 서구의회에서 만들게 됩니다.

조례는 지방의원들만 만들 수 있지만, 어떤 조례를 만들지 말지 제안하고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오로지 지방의원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구시가 당장 꼭 필요한 조례가 있는데 대구시의원들이 그 조례를 만들자고 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겠죠.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 즉 대구시장이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 절차를 거쳐 대구시의회에서 그 조례안을 심사하고 의결해서 조례를 만들게 됩니다(물론 부결시킬 수도 있죠). 쉽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 역시 있습니다.

이번에 '컬러풀 대구'를 없애는 쪽으로 조례를 수정하고 싶어 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좁게는 홍준표 시장, 넓게는 대구시로 볼 수 있겠죠. '파워풀 대구'는 홍준표 시장이 내건 시정 슬로건이니까요.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 즉 홍준표 시장이 '개정 조례안'을 발의하면 대구시의회에서 조례안을 심사해서 기존 조례안을 유지할지 아니면 홍 시장이 발의한 내용으로 조례를 바꿀지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대구시가 원하는 조례들' 대구시장이 아닌 대구시의원들이 발의···'청부입법' 비판 나와

하지만 7월 13일에 입법 예고된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대구시의원 10명이 발의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대구시가 제출하는 조례안을 꼼꼼히 검토하고 논의한 뒤 통과시키거나 유보해도 부족할 판에 대구시가 원하는 조례안을 대구시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발의한 겁니다. '컬러풀 대구 조례안'뿐이 아닙니다. '대구시 사회서비스원 일부개정 조례안' '대구도시철도공사 일부개정 조례안' '대구환경공단 전부개정 조례안'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일부개정 조례안' '대구테크노파크 일부개정 조례안' 등이 모두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습니다. 이 조례들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을 위한 것들인데 모두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즉 홍준표 시장이 발표한 내용들입니다. 대구시가 원하는 조례안을 의원들이 알아서 발의해준 건데 여기에 참여한 대구시의회 의원은 전체 32명 중 28명이라고 합니다. (대구시의회 의원 32명 가운데 31명이 홍준표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대구시의회, '거수기' 넘어 '하수인'으로 전락"

대구시장을 뽑으면서 대구시의원을 따로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구시정을 잘 견제하라는 의미가 가장 클 것입니다. 견제는 고사하고 대구시가 원하는 조례를 먼저 알아서 발의한 것을 두고 '청부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구경실련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 같은 무더기 청부입법 사태에 대해 대구시의회 의장의 사과와 함께 관련 조례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이러한 청부입법은 대구시의회, 의원을 집행부의 '거수기'를 넘어서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하는 심각한 수준의 자해행위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제9대 대구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 이만규 의장 등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말을 믿고 기대한 대구시민을 우롱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대구시의회를 집행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의원들의 작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무더기 청부입법 사태에 대한 대구시의회 의장의 사과와 청부입법으로 발의한 개정 조례안을 모두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집행부의 입법 절차 회피와 의원의 조례 제·개정 발의 건수 올리기 수단으로 전락한 청부입법을 근절할 것을 선언하고 이를 위반하는 의원은 엄중하게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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