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원생들의 연구비 2억여 원을 빼앗은 경북대 교수가 구속됐습니다.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연구비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상납하도록 했습니다.
거절하는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며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런 일은 무려 5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보도에 박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 과제에 참여한 석·박사급 대학원생 22명의 연구 인건비 2억 7천 8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북대 교수를 구속기소 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5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검찰이 밝힌 교수가 돈을 빼돌린 수법은 대담하고 치밀했습니다.
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학생들에게 연구 인건비를 지급하면,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꼬박꼬박 받아 챙겼습니다.
행정 직원은 개인 심부름꾼처럼 썼습니다.
이 직원으로부터 학생들이 받은 연구 인건비와 현금으로 빼돌릴 금액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주기적으로 보고받는가 하면, 학생들이 인출해 온 현금을 전달받기도 했습니다.
20대의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들은 자칫 불이익받을까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현금을 전달했습니다.
"현금을 안 뽑아주면 앞으로 연구도 못 하고, 연구비 입금은 없을 것이다"
"졸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를 주겠다"
"얼마까지 마련할 수 있겠냐?"
학생들은 검찰 조사에서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 인건비 관련 비리는 대학 안 관행을 넘어 고질적 병폐로 꼽힙니다.
◀이일규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 부장검사▶
"단순히 관행으로 치부하려는 인식과 함께 각종 학사 진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열악한 지위가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검찰은 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서 빼앗은 돈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연구실 야식 비용 등으로 쓰고 대부분은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