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호텔 건물에서 비상계단 난간 사이로 만 2살 아이가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현행법에서는 난간 사이 간격을 10cm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사고가 난 곳은 이 기준보다 난간 사이 폭이 3배가량 넓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취재기자와 이 소식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손은민 기자, 사고가 난 게 16일이었죠?
◀기자▶
4월 16일 오후 1시 50분쯤,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건물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3층과 4층 사이 비상계단 난간 틈으로 두 돌이 지난 여자아이가 떨어졌습니다.
사고가 난 비상계단에는 CCTV가 없어서 정확한 경위는 경찰이 파악 중인데, 나선형으로 된 계단 중앙의 뚫린 공간으로 아이 몸이 빠져 22m 아래 지하 1층 바닥에 떨어진 걸로 추정됩니다.
119구급대는 신고받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아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보호자도 있었다고요?
난간이 얼마나 넓었던 건가요?
◀기자▶
사고가 난 비상계단은 외부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는 통로라서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오가는 곳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계단을 오르던 중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려고 잠시 아이 손을 놓았는데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가 난 비상계단 난간 사이 간격은 좁은 곳은 17cm에서 가장 넓은 곳은 29cm였는데요.
성인인 제 몸도 쑥 들어갈 만큼 폭이 넓었습니다.
◀앵커▶
건물 계단의 안전난간 이렇게 넓게 설치하면 안 되도록 법이 정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국토교통부는 고시로 실내 건축의 구조·시공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보면, 실내 공간의 난간은 영유아나 어린이가 짚고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하고, 난간 사이 간격은 10cm 이하로 설치하도록 제한해 놨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15년 10월에나 만들어졌고 1년 앞서 건축허가를 받은 해당 건물은 법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실제 저희 취재진이 17일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사고가 난 비상계단에 추락 방지 장치나 조심하라는 경고문조차 없습니다.
대구 수성구청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라고 건축주에게 권고할 예정인데, 그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사실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곽봉호 대구 수성구청 건축1팀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곽봉호 대구 수성구청 건축1팀장▶
"현행 기준은 적용 대상은 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권고나 행정지도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할 수는 있어요. 난간 간격을 조정한다든지 중간에 오픈돼 있는 부분에 추락 방지 시설을 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을 행정지도를 통해서 요청하게 되면, 결국 건물주가 판단해서 시설보강을 해야 할 부분이라…"
해당 비상계단은 주차장과 바로 연결돼 있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입니다.
2층에는 영유아들이 이용하는 키즈카페도 있습니다.
사고위험이 있는 다른 건물에 대해서도 계도 활동이나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관할 구청 측은 '201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이 너무 많아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