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에서 가장 큰 노인요양시설이 갑작스레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시설 측은 올 들어 노조가 설립되면서 시설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폐업의 이유를 밝혔는데요.
노조 측은 위장폐업을 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포항시 청하면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정애원.
지난 3월, 이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49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과중한 노동 강도와 10년 넘게 지속돼온 갑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상숙 정애원 노인요양보호사▶
"(과장 한 명이) 폭언과 그런 것을 엄청 했어요. 너희들이 인간이냐, 어르신 제대로도 못 보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하냐면서 이것들이 저것들이 하면서…"
그런데 노조 설립 이후 임금 체불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야간 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겁니다.
노조는 임금 체불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자 시설 측이 진정 취하와 노조 탈퇴를 위해 회유를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김수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애원 분회장▶
"'원장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체불 이 건에 대해서는 절대 제기를 하지 않겠다' 이런 각서를 다 받아서 노동부에 제출을 한 사람이 26명…"
노조 설립 8달 만인 10월, 정애원은 돌연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경영 악화와 더불어 노조 활동으로 정애원의 가치가 훼손되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됐다는 겁니다.
노조는 위장 폐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미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지부장▶
"운영이 잘되고 있는 요양 시설을 폐업을 한다는 건 누가 봐도, 정말 세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물어봐도 이건 위장 폐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애원 측은 노조가 제기한 갑질 문제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노조원들에게 직접 진정 취하와 노조 탈퇴를 권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김규태 정애원 사무국장▶
"회사가 그걸 개입해서 한 적은 없습니다. 노동조합을 해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폐업 결정은 가벼운 일이 아닐 겁니다, 분명."
올해 초 130여 명에 이르던 입소 인원은 현재 70여 명으로 줄어든 상황.
노조가 정애원의 폐업 신청을 반려하라고 포항시에 촉구한 가운데, 포항시는 90일 안에 현재 입소 인원에 대한 전원 조치가 마무리되면 폐업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최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