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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구 남구에선 거동 힘든 어르신도 의사 만나는 데 10분이면 OK


거동 힘든 어르신도 의사 만나는 데 10분이면 OK
"콜록콜록"

주간보호센터에서 수업 듣던 할머니가 잠깐 일어나 센터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직원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습니다.

직원이 비대면 진료 프로그램에 어르신 이름을 적어 넣고 병원을 선택한 뒤 잠시 기다리자 의사와 연결됩니다.

의사 "할머니 안녕하세요? (네) 잘 들려요? (네) 어디가 불편하세요?"

할머니는 모니터 속 의사에게 아픈 곳을 속속들이 털어놓고, 옆에 있는 직원은 할머니가 평소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이 뭔지 설명을 돕습니다.

의사는 화면을 통해 할머니 얼굴도 살피고, 당부와 함께 감기약을 처방을 합니다.

의사 "왜 이렇게 감기가 오래가지? 따뜻한 거 많이 잡수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이소. (네)"

할머니가 의사를 마주하고 진료를 받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대면 진료입니다.

대구 남구, 지자체 최초 비대면 진료 인프라 구축
대구 남구 15개 주야간 보호센터에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직접 병원을 오가기 힘든 어르신을 위해 남구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플랫폼 업체와 의료기관, 주야간보호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센터에 다니는 어르신들이 감기나 만성질환 등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센터에 설치된 컴퓨터와 시스템을 통해 인근에 협약된 병원 의사와 영상 통화로 의료 상담과 진료, 약 처방까지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센터에서 매일 어르신을 돌보는 직원이 비대면 진료를 도울 수 있어서, 의사가 어르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쉽습니다.

이렇게 지자체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나선 건 대구 남구가 전국에서 처음입니다.

함보경 대구 남구 복지지원과장 "간단한 질병의 경우에도 어르신들은 진료를 보려면 반드시 병원에 누군가와 동행해야 해서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 복지사나 주간보호센터 직원의 고충이 컸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에는 특히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의료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졌었는데요.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서 노인분들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비대면 진료, 시범운영으로만 제한적 운영
현재 비대면 진료는 이렇게 시범사업으로만 제한적으로 가능합니다.

진료가 가능한 대상도 정해져 있습니다.

1) 의료기관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섬, 벽지 지역 거주 환자

2) 만 65세 이상 장기 요양 등급을 받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

3) 제1급 및 2급 감염병에 확진돼 격리 중인 환자

4)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 중 휴일이나 야간 시간대 진료받을 의료기관이 없는 경우

5) 비대면 진료를 보려는 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은 1년 이내, 그 외 질환은 30일 안에 해당 질환에 대해 한 번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 등입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말, 코로나 19 유행으로 유무선 전화나 화상통신을 활용한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가, 2023년 6월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이 낮아지면서 종료됐습니다.

정부는 의료법을 개정해서 2023년 9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본격화하려고 했는데, 비대면 진료 내용과 범위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의료계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오진 가능성과 PDF로 발급되는 전자처방전을 위변조해 의약품이 오남용될 위험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의료 서비스까지 장악하게 되면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 등이 직격탄을 입을 거란 불안감도 큽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5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합의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아프면 병원 진료받는 당연한 일상
다시, 대구 남구의 사례로 돌아가서 남구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20곳, 약국은 23곳입니다.

병원 수도 적지만, 대부분 내과와 이비인후과라 진료 과목도 한정적입니다.

남구는 2024년에도 시범운영을 이어갈 예정인데 참여 대상과 의료기관을 더 늘리고, 대구 전체로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제한과 우려 속에 의원급 의료기관들조차 비대면 진료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큽니다.

병원 한 번 가는 게 '너무 큰일'인 어르신이나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에게 '아프면 의사에게 진단받고 치료받는 당연한 일상'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이 곧 올 수 있을까요?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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