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의회 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의 ‘외유성 연수’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연수 전 국외 공무 심사, 사후 보고 체계, 감시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국내 연수’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지 토론해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다음 주제에서 살펴보기로 하고요. 공적 예산을 투입했는데, 프로그램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의회는 왜 이럴까요, 아직도?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일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수 계획 세우는 것부터 나중에 보고하는 데까지 아무런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나 감시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김상호 사회자]
평가하는 사람이 없군요.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그렇죠. 교수나 다른 공무원 집단에서는 무언가를 했을 때, 회의에서 무슨 음료를 마셨는지까지 사진 찍어서 보고서에 첨부해야 하는 상황과는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지방의회가 사실상 평가하고 감시하는 체계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풀어지는 게 사람의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한데요. 처장님, 광역의회는 좀 괜찮습니까?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광역의회는 의원들이 기초의회에 비해 약간 더 훈련된 측면도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광역의회는 감시가 있나요?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광역의회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없을 때는 문제가 됩니다. 광역의회는 기초의회에 비해 언론이나 시민단체, 시민으로부터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더 있지만, 여전히 해외연수에 관해서는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의회 같은 경우, 대학이나 공무원은 밖으로부터 통제 장치가 있지만, 기초나 광역의회는 주민의 대표라는 이유로 통제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천한 정당과 유권자들이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해외연수 지적이 이렇게 많은데도 가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고, 이 제도가 존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것 같고, 필요 없다는 시선도 있을 텐데, 먼저 처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개 해외연수 자체가 기초의원과 의원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회가 해외연수만 안 가면 신뢰도가 10% 정도 올라갈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가려고 하는지, 특권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해외연수라는 제도가 있고, 거기에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에 가는 것 같습니다. 해외연수와 국내 연수 자체는 의원들의 역량 강화와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가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시각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것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해외연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처장님 말씀은 제도 자체는 죄가 없고,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니 문제다, 이렇게 이해했는데요. 이 교수님도 해외연수 제도 자체에 동의하십니까?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당연히 동의합니다. 특히 국회의원보다 지방의 의원들이 해외에서 배워올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이 과거만 답습해서는 안 되니까요. 지역을 혁신하고, 행정도 혁신하며, 지방 정치도 혁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일본의 주요 지방 정치학자들이 국고 지원을 받아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의 글로벌 인식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이 이제는 글로벌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해외연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관이 없어졌다고 하셨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 지금보다 확실히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지, 요청을 안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여행사가 프로그램을 짠다는 얘기가 있는데, 시민단체 등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짜는 곳도 많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빡세지만 많은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도움을 받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 보시기에는 왜 안 달라질까요?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지역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비판을 계속하겠죠. 입 꾹 닫고 있으면 됩니다. 우리 안에서 크게 징계하지 않고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자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됩니다. 그러면 그 비판이 사그라듭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끝나는 거죠. 그게 일종의 관행화된 패턴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큰 불이익이 없는 거죠.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그게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이 계획 자체가 굉장히 부실합니다. 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실한 계획을, 의원 3분의 2 이상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출장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합니다. 여기에는 언론인, 법조계, 교육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회의록을 보면 대개 문제점을 여러 가지 지적합니다.
결론은 해외연수를 승인하면 안 되지만, 부실함을 지적하면서도 마지막에 "잘 다녀오세요"라며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외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인 출장 심사가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달서구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출장 심사위원회가 가장 충실하게 심사했습니다. 표결까지 해서 찬성 4, 반대 2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외부 통제 장치가 있지만, 그 자체가 부실하고, 의원들과 심사 위원들 모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국외 공무 심사 위원회 같은 경우는 의회가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놨는데, "가지 마십시오"라고 막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인물들로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분들로 구성되면서, 의회와 적대성을 만들지 않으려 하다 보니, 심사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사 단계부터 모든 단계에서 제대로 된 제어 장치가 필요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최근 대구 북구의회 같은 경우에 연수 결과 보고서가 여행 감상문 위주로 작성되어,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았습니다. 이 교수님 보시기에는 사후 보고 체계가 어떻게 보입니까?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저도 자세히 몰랐다가 그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본적으로 공무 출장인데, 해외 연수라는 것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레임이나 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개인의 기행문을 보고 체계로 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보고서에 대해 점검하거나 다시 되짚어볼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냥 제출하는 것이 목적인 그런 보고서일 뿐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지역사회에서 해외 연수를 통제하고, 제대로 된 해외연수의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현재 제도상으로는 의장에게 보고서를 보고하게 되어 있고,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보고하게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또 심사위원회에 보고하거나 평가하게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개 홈페이지에 출장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는 정도입니다. 북구 의원 정도는 굉장히 양심적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출장 보고서는 대표로 쓰거나, 누가 썼는지 표시도 없이 작성되며, 보고서 내용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짜깁기한 정도입니다. 공무원이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요.
[김상호 사회자]
해외연수는 그래도 보고서라도 냅니다. 국내 연수는 아예 보고서도 안 낸다고 하는데, 이 교수님, 국내 연수는 왜 아무 의무 조항이 없어서 감시의 사각지대가 되는 겁니까?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가 생각할 때는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감시 체계를 전혀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필요할 때만 위원회를 통해 통제 장치를 중간 중간 넣다 보니,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기회에 이런 부분들을 새로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이 평가하고 감시하려면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례를 통해 감시 체계를 제도화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