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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 토사, 2km 흐르며 눈덩이처럼 불어

◀앵커▶
27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경북의 산사태는 모두 13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중 인명피해가 큰 예천의 산사태 시작 지점을 드론을 띄워 살펴봤더니, 집중 호우에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며 생긴 작은 절개 면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절개지 토사가 산비탈을 따라 2km를 내려오면서 토사량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온 마을 전체가 뻘밭으로 변한 예천군 벌방리입니다.

드론을 띄워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을 따라 산 정상부로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날카롭게 잘린 절개 면을 따라 2km 가까이 오르자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이 나옵니다.

몇 그루의 나무가 뽑혀 작은 절개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해발 500미터 산 정상부에서 한번 빗물에 쓸린 토사와 나무들은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백 킬로그램의 돌덩어리마저 산 아랫마을로 밀어냈습니다.

5명이 숨진 예천군 백석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 시작 지점은 작은 계곡처럼 움푹 팬 정도였는데, 2km를 흘러내려 토사들이 도착한 지점은 토사량이 마을 뒤덮을 정도로 크게 불어나 있었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침엽수들이 산사태엔 취약하고 뿌리가 수평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면 더 빨리 (뽑힌다)."

"산 정상부에서 굴러 내려온 토석류가 사과나무밭을 거대한 협곡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산사태의 위력을 조금이나마 꺾을 수 있었던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산 정상부에서 시작되는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책으로 사방댐을 꼽습니다.

실제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사방댐의 유무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엇갈렸습니다.

◀김민식 산림과학기술연구소장▶
"(사방 시설이 있던) 서울 남부순환로 쪽으로 돌이라든가 토석이 하나도 흘러내리지 않았고, 그다음 (사방) 시설이 없던, 지금처럼 없던 지역에서는 토석이 많이 흘러 내려서 인명 피해로 연결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방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군 5개 지역 중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산지를 볼 때 물길의 흐름이나 산사태가 발생해 내려가는 아래쪽에 주민이 살고 있는지 주택과 민가가 있는지,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는 전혀 다른…"

산림이 울창한 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산사태 위험 기준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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