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원 확정 발표일 거리로 나선 의사들
지난 2월 의료계에 폭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해마다 3천 명 뽑던 의대생을 2천 명 더 뽑는다?
어떤 근거로, 어떤 과정을 거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과 논란, 반발, 분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증폭됐습니다.
그러다 터진 '전공의 집단 이탈'
그렇게 101일째가 된 5월 30일,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대입 전형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동성로를 채운 의사···하얀 가운 대신 검정 셔츠
어둠이 내린 대구 도심에 의사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정 셔츠를 입고 검정 마스크를 하고, 어깨띠를 둘렀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사망 선고' 촛불집회는 대구를 비롯해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습니다.
대구에서는 대구시의사회와 경상북도의사회가 주최했습니다.
얼마나 모일까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더니 천 명은 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의료 몰락 부르는 정책"
퍼포먼스입니다만 집회 중 가운을 내려놓고, 청진기도 내려놓고, 의학서적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의료 사망을 선고하고 애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과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이 낭독한 공동선언문 가운데 일부입니다.
"증원 근거가 되는 연구서를 작성한 저자들조차 의구심을 품는 2천 명 증원은 단지 급격히 떨어지는 대통령의 지지율 만회를 위한 정치적 미봉책이었다."
되돌리기 힘든 상황···그럼에도 복귀 않는 전공의
2025학년도 입시 요강을 발표하면서 의대 정원 규모는 되돌리기 힘든 수준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일부 복귀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복귀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의 부당성, 그리고 열악한 의료 현실을 토로하며 사직서 수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경북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오지인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사회적 파장을 감당할 여력이 준비되었다면 그만 전공의들을 놓아주십시오. 그간의 착취되는 구조를 견뎌온, 그리고 견디고 지나간 수많은 젊은 의사들의 피땀 위에 무엇을 더 쌓고자 정책에 절망한 젊은이들이 떠나지도 못하게 묶어두십니까?"
엇갈리는 시선···더 깊어지는 갈등
의료계 집단행동에 시민들은 격려하기도 하고 집단 이기주의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며 상급 종합병원 가동률은 이전의 30~4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필수 의료 위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25년에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새로운 전문의 배출이 거의 없는 데다 대학은 시설·교수진 등 교육 여건 미비로 정상적인 교육도 힘들 거란 전망입니다.
필수 의료 공백,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등 의료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의정 갈등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