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21년, 헌법재판소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규정하지 않은 채 국가배상청구권을 금지한 5.18 보상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었습니다.
이후 대구·경북에서도 5.18 유공자와 가족 등 11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나왔는데요,
하지만 관련 소송들이 실질적인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은혜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당시 대구지역 대학생이었던 5.18 유공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2021년 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군부 세력에 저항하는 시위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불법 체포에 이어 구금까지 당했습니다.
고문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와 후유증,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게 한 정신적 피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년 5개월여 만에 대구지방법원은 계명대 졸업생 3명과 사망한 유공자 가족에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각각 3,000여만 원에서 1억여 원입니다.
재판부는 "위헌, 무효임이 명백한 계엄 포고에 따라 피해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 구금했고 이후에도 경제, 사회적 활동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신적 손해가 있더라도 손해배상채권 소멸 시효가 만료됐고, 과거에 지급받은 보상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 국가가 고문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김무락 원고 측 법률대리 변호사▶
"체포하고, 구금하고 수사를 진행했고 재판을 받은 것 자체를 법원이 이번에는 일련의 작용 자체를 하나의 불법 행위로 구성해서 거기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사찰과 감시는 증거가 없다며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억여 원에서 4억여 원.
구금 일수만 고려한 손해배상 산정에도 당사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대구지법에는 12건의 관련 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광주와 대구에서 잇따라 원고 승소 판결은 잇따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배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대부분 항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태 5.18 유공자 (당시 계명대 학생)▶
"법원이 국가가 가해자로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데 법무부가 거기에 반해서 폭력, 고문 증거가 없다면서 항소한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생각합니다. "
5.18 유공자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개별 법원에 맡기지 말고 입법을 통해 제도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 취재 김경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