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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요즘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는데···'공공형 계절 근로' 시행착오 극복 비결은?

농가의 인력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공공형 계절 근로'
농촌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죠.

제조업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겪고 있는 극심한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통해 극복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한 것이 고용허가제입니다.

농작물 파종이나 수확 때처럼 계절에 따라 농어업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5년부터는 '계절 근로'라는 제도도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개별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들과 직접 계약을 해야 하다 보니 농민들은 그동안 인력 관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해 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22년부터 도입한 것이 공공형 계절 근로입니다.

경상북도도 김천과 고령 등지에서 2023년부터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형 계절 근로는 농민이 아니라 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해서 농가에 하루 단위로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농가는 월급이 아닌 일당만 주면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는 겁니다.

필요할 때만 요청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으니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인력 관리에 대한 부담도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농민이 졌던 부담을 농협이 안은 셈인데···
인력 관리에 대한 부담을 농협이 안은 셈인데, 사업 운영 과정에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할지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경북의 상황을 확인해 보기 위해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을 하는 시군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지난 1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는 한 지역을 추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찾은 곳이 경북 김천시입니다.

"필요한 인원을 필요한 시기에 안정된 인건비를 주고 쓸 수 있어 좋습니다."
기자가 찾은 경북 김천의 한 농장에서는 샤인 머스캣 수확과 운반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저렇게 손이 빠를 수 있나!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능숙하게 일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을 통해 라오스에서 온 근로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을 고용한 것은 농협중앙회 김천시지부입니다.

농협이 이들을 관리하면서 농가에서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농가로부터 일당을 받고 이들을 농가로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농협이 고용을 책임져주니, 일손이 필요할 때만 요청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어 인력 관리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인원을 필요한 시기에 안정된 인건비를 주고 쓸 수 있어 좋고, 이전보다 인건비 지출도 줄었다고 했습니다.

여종민 00 영농조합법인 이사 "8명을 쓰게 되면 2만 원씩 계산해도 하루에 16만 원씩이잖아요. 한 달 30일 다 쓴다고 하면 400~500만 원 도움이 되죠."

"시행 첫해에는 적자가 났지만 1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운영 노하우를 터득했죠."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만큼 일이 있거나 없거나 급여는 나가는데요. 비가 오거나 인력 수요가 줄어 쉬는 인력이 생기면 손실은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농협과 지자체가 고민 빠진 곳이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북 김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농협중앙회 김천시지부와 김천시 관계자는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 시행 첫해인 2023년에 시행착오를 겪은 뒤 운용 노하우를 상당히 많이 터득했다고 했습니다.

박해원 농협중앙회 김천시지부 과장 "적자가 늘어난다는 지역이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운영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입니다. 최대 관건은 근로자들을 데려온 만큼 최대한 가동률을 높이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가동률이 높아야지 농가 이용료를 받아서 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게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동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게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운용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비법은 과연?
그래서, 농협과 김천시가 찾았다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두 기관의 관계자는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요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출국 일자를 조정했다고 했습니다.

인력 수요를 예측해서 4월에는 80명,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필요한 5~6월에는 100명, 8월 말부터는 다시 50명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의 입출국 일자를 조정한 것입니다.

농한기에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을 미리 찾아놨다가 급여가 나가는데도 쉬는 인력이 없도록 했다고도 했습니다.

가까운 시군과의 인력 교류를 하면서 인력 수요 변화에 대응했습니다.

김천시 관계자는 "농가로부터 받는 일당을 인력 수요가 적을 때는 9만 원, 인력 수요가 많을 때는 11만 원으로 해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농협의 인건비 손실을 줄이면서도 농가의 불만은 최소화해 이용률을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유주희 김천시 농촌인력지원팀장 "제일 관건은 적정한 농가 이용료와 높은 가동률 2가지입니다. 저희가 2023년에는 약 9천만 원 정도의 운영 손실이 있었는데요. 2024년에는 같은 개월 수로 해서 마이너스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좀 플러스가 됐습니다. 우리 농가들이 이용률을 높여주신 덕분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4년에는 2023년보다 일터와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 기숙사를 빌려서 숙소로 사용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사파섯 우동삭 라오스 근로자 통역 담당 "지난해보다 출퇴근 거리가 가깝고 내부 시설이 깨끗합니다. 학교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서 직원들 만족도가 큽니다"

김천시는 대학의 협조를 받아 기숙사를 새로 지을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주희 김천시 농촌인력지원팀장 "학교가 땅 제공을 약속하고 교육부 승인을 받은 그곳에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농식품부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사업에 선정이 되어서 국비를 확보했고 지역 소멸 기금까지 같이 해서 2025년 하반기에 설계해서 2026년에는 준공을 목표로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입니다."
다만, 농협이나 지자체, 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인 국민연금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습니다.

유주희 김천시 농촌인력지원팀장 "저희 같은 경우 1억 1천만 원의 예산을 국비로 받았는데요. 대부분이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금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면제해 주는 걸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얼른 제도에 맞게 따라와서 농협들이 그 부분으로 인해서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공공형 계절 근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의 지속적인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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