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제출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와 관련 예산을 포함한 추경 예산안이 의회 심사를 앞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사업의 필요성과 절차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과에 평가가 분분한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에 전국 시민단체가 나서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18개 참여자치 지역 운동연대 "대구 퇴행 넘어 대한민국의 퇴행"
4월 24일 오전, 부산과 인천,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시의회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평가가 엇갈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단지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대통령 직선제·지방자치제를 폐지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박 전 대통령 기념은 대구의 퇴행이자 대한민국의 퇴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광호 인천 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전직 대통령을 기념한다고 그랬을 때 그 지자체뿐만 아니라 전국 국민의 공감대나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나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8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가 말하는 박정희 산업화 정신, 경제 발전은 당시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린 국민이 땀흘려 이룬 성과"라면서 개인의 공으로 오롯이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의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신 독재와 국민 기본권 억압을 밑거름으로 이룬 것을 치적으로 세우며 동상까지 건립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법률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대구시가 조례 제정 근거로 삼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연금, 묘지, 경호, 기념 사업 등과 관련한 국가의 사무를 규정한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지자체 사무에 관한 규정은 없어 근거 없고, 조례 제정 전 예산안부터 편성한 절차도 시의회를 무시하고 거수기 취급한 처사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행태는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 행정을 개인의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것은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를 차기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책략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유신 독재자를 기념하는 정치적 목적의 조례를 만드는 것은 일반의 상식으로도 용납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문제 제기···대구시 "시의회의 권능으로 판단해 주면 된다"
대구시의회에서도 박정희 기념 사업에 15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점, 단 석 줄에 그친 조례의 부실함이 지적됐지만 대구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선조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4월 23일 열린 대구시의회 제30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5천 년 가난을 끊어내신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이기에 저희(대구시)가 이 14억 5천만 원이라는 돈을 넣는 것이 재정에 압박을 주는 행위이냐 아니냐는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산의 많고 적음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의회의 권한이라고 했습니다.
공론화 과정, 시민 여론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입법예고, 그 과정에서의 언론 보도, 시의회 심사가 공론화 과정이라며 시의회의 권능으로 판단해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반대단체들은 찬성 의견은 접수된 것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880여 건의 반대 의견을 접수했지만,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 사업의 필요성만 설명하는 회신을 했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4월 25일 오후 5시,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 사업 반대 시민대회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진보당 대구시당 등 지역 야당들도 25일 오후 6시 30분 대구 동성로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를 위한 합동 규탄대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조례와 예산을 가결해 달라는 대구시와 지역의 퇴행을 넘어 대한민국의 퇴행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관련 조례 심사는 4월 26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