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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①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무슨 염치로 민주주의 가르치나"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이들은 4월 22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과 독재, 대통령 직선제 폐지 등을 일삼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기리는 일은 2.28운동 민주 도시의 부끄러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 사업 관련 조례를 대구시의회에 제출했고, 대구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4월 26일 심사를 할 예정인데요,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구시의회에 이 조례안을 부결할 것을 촉구하며 1인 시위도 벌이고 있습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상룡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박정희는 역사의 죄인,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로 일제에 부역하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식민 통치에 면죄부를 주었다. 5.16쿠데타로 4.19혁명을 짓밟고, 3선개헌으로 대통령이 되어 국회를 해산하였다.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제를 폐지하고,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였다. 정권의 위기 때마다 용공 사건을 조작하여 민주인사를 구속, 고문, 살해하였다. 1975년 4월 9일 대구의 민주인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재건위 사건이 이를 표상한다. 젊은 여성들과 음주가무, 외도를 일삼았다. 그리고 유신헌법으로 종신 대통령을 꿈꾸다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연산군도 울고 갈 폭군의 대명사다. 이런 박정희의 무엇을 기념해야 한단 말인가.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에게 산업화의 공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식 산업화는 명암이 있고 아직 학문적 논쟁의 영역에 있다. 경제 성장은 초저임금 초장시간의 노동을 감내하며 우골탑을 쌓은 국민의 공로이다. 성장 시대에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공로가 있다고 하면 히틀러의 동상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박정희는 역대 최고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천민적 재벌을 키웠으며, 부정 축재를 일삼았다. 근로기준법을 사문화시키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했다. 개발독재, 재벌독점, 노동권 말살의 천민자본주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는 점을 오히려 상기해야 한다.

홍준표 시장의 퇴행과 폭주, 정치 놀음에 대구가 망가지고 있다.

홍준표 시장 1년 8개월, 대구 시정은 거대한 퇴행과 폭주의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등 시민이 염원하고 대구시가 약속했던 정책들이 휴지 조각이 되고, 시정에 대한 시민의 참여는 봉쇄되었다. 비판하는 시민과 언론은 '짖는 개'가 되고, 시장은 폭주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되었다. 시청은 제왕의 아방궁이 되었으며, 시장의 눈은 서울을 향하고, 그 손은 SNS 포스팅에 몰두하고 있다.

드디어는 국채보상 민족도시, 2.28 민주도시 대구의 시민정신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전국의 국민, 세계의 시민이 첫발을 내딛는 관문 동대구역에 친일파 독재 화신 박정희의 동상이 서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낯이 뜨겁다. 교육과 지성을 대표할 대구도서관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무슨 염치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르칠지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지금 대구시가 세워야 할 것은 박정희 동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다양성과 혁신의 깃발이다. 고담대구, 보수성과 배타성에 갇힌 외로운 섬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민주적 열정, 참여적 자치, 창조적 공론이지 구시대의 표상인 독재자의 동상이 아니다. 봉인되어야 할 역사의 무덤을 파묘하여 유령을 불러내는 것은 몰역사적 가치관의 산물일 뿐 대구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홍준표 시장이 난데없는 일을 벌이는 것은 정략적 술책일 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보수 정서를 자극하여 무주공산이 된 보수 정치판의 맹주로 등극하기 위한 정치 놀음에 대구 시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구시민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를 멈추지 않으면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증명하듯 박정희 동상과 함께 홍준표의 오명도 함께 무너지는 말로를 맞이할 것이다.

대구시의회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박정희 기념 조례 부결하라.

조례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은 시정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과 법률이 부여한 시의회의 권한이자 소명이다. 의회도 시민도 무시하는 홍준표 시장의 독주를 대구시의회가 견제해야 한다.

박정희는 지방자치제를 폐지하였다. 시의회가 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사업 자체가 문제지만 이 조례가 시의회의 입법권을 농락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3개 조항에 불과한 조문은 조악하고, 법의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은 국가사무로 조례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고향도 아닌 대구에 왜 동상을 세워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목적과 사업 내용의 명확성도 없어 홍 시장이 마음대로 악용할 수 있다. 조례가 의결되지도 않았는데 예산부터 편성한 것도 전례 없는 의회 무시다. 

돈이 없다며 온갖 분야의 민생예산을 줄여 놓고 이런데 쓸 돈은 있느냐는 시민의 원성도 귀담아 들어야한다. 올해만 14억 5천이 쓰이고, 홍 시장 마음에 따라서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 시민의 혈세가 이런 퇴행적인 일에 쓰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구시의회가 이 조례를 부결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이 조례를 가결한다면 시민은 의회의 존립 근거에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시의원들은 이 조례를 부결하라.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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