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만 무려 2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농촌의 경우 마을 방송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하는 포괄적인 재난 문자보다 좀 더 지역 밀착형 대피 안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읍면마다 설치된 강수량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 방송▶
"오늘 점심시간은 12시부터입니다. 우리 마을에 자원봉사 나오신 분들과…"
◀기자▶
마을 공지사항을 알리는 이장의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동내 구석구석에 전달됩니다.
하지만 지난 7월 호우 당시처럼,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에 빗소리까지 세차면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한 게 '스마트 마을 방송 시스템'입니다.
방송 내용을 입력하고 버튼만 누르면 등록된 마을 주민 모두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현장음▶
"테스트 방송입니다."
메시지 내용을 자동으로 읽어줍니다.
경상북도는 예천 등 10개 시군에는 이 시스템을 구축했고, 3년 안에 나머지 지자체에도 스마트 마을 방송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방송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읍니다.
단순히 "대피하라"는 안내가 아니라, 현재 기상 상황과 대피가 시급한 마을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박우락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이장▶
"여기 인근이 영주시 봉현면인데, 거기가 소백산 줄기다 보니까, 소백산이 높잖아요. 그래서 계곡이 깊어요. 그래서 그쪽에 폭우가 쏟아져 버리면 한꺼번에 몰려서 내려오니까 순식간에…"
대피 기준이 되는 강수량 수치도 읍면 단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도내 읍·면 사무소에는 '강수량계'가 설치돼 있습니다.
"감천면사무소에 설치된 지자체 강우량계입니다 실시간으로 내린 빗물이 이 물받이에 담겨, 현재 강수량을 측정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기상청 관측소는 시.·군당 1~2곳에 불과한 반면 지자체가 읍면별로 운영 중인 강수량계를 활용할 경우, 훨씬 더 촘촘하게 기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산사태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월 14일의 읍·면 강수량계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2명이 실종된 예천군 감천면에는 이미 150mm가, 5명이 사망한 효자면에는 230mm 넘는 비가 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산사태 경보발령 기준인 하루 강수량 150mm를 이미 초과한 상태였지만, 예천에 위치한 기상청 관측소 두 곳의 관측치는 각각 141mm와 105mm에 불과했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산사태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예측하고 계측할 수 있는 강우량계, 강수량 장비가 있었음에도 활용이 전혀 되지 않았던 이런 (부실한) 시스템이 가장 뼈아픈 거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공식 기상 관측치는 기상청 관측 자료가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재난 대비의 경우, 지자체가 현장에서 생산하는 관측 자료까지 폭넓게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