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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잇따르는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브레이크 밟아도 쑥 들어가 버려"


전기차 택시, 중앙선 넘은 차에 부딪힌 뒤 시속 180km 질주
9월 15일 새벽 0시 40분쯤 식당가가 밀집한 대구 들안길 도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전기차 택시가 뒷좌석에 손님을 태우고 시속 50km로 주행 중이었습니다.

왼쪽에서 나타난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와 택시를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그런데 충돌과 동시에 택시가 급가속하기 시작한 겁니다.

순식간에 속도는 시속 100km를 넘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택시 기사▶
"(중앙선 넘은 차와) 박는 순간 앞으로 가면서 브레이크 잡아도 안 되고 계속 가더라고요. 사람이 나올까 봐 최고 겁났어요. 사람이 나오면 (차에 치이면) 사망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페달에서 아예 발을 떼어 보고, 시동 버튼을 눌러봐도 차는 계속 속력을 높이며 질주했습니다.

교차로 4곳을 지나는 동안, 계기판 속도는 시속 188km까지 치솟았습니다.

승객은 이 상황을 고스란히 목격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승객▶
"액셀을 잘못 밟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발은 확실하게 액셀 안 밟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어서서 봤거든요. 아저씨, 시동 끄세요, 시동 끄세요 했는데 (시동 버튼을) 몇 번을 눌러도 안 돼요. 이게 급발진이 맞구나 싶더라고요. 얼른 뒷좌석 (다시) 앉아서 안전벨트 매고 조수석 헤드 레스트 밑에 있는 봉 잡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거든요."

택시는 무려 2.5km 위태롭게 내달렸고, 5번째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고 뒤집어졌습니다.

그리고도 속력을 이기지 못해 전복된 채로 250여 미터를 더 미끄러졌고, 택시와 부딪힌 차는 앞차와 연쇄 추돌했습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은 척추와 갈비뼈,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다른 차량 운전자 두 명과 동승자, 부서진 앞 범퍼에 맞은 행인도 다쳤습니다.


"전기차 바꾼 지 석 달밖에 안 됐는데···급발진 사고?"
차를 새로 바꾼 지 3개월 만에 난 사고입니다.

택시 기사는 최초 충돌 이후 차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합니다.

사고 충격으로 차가 오작동한 것 같다는 겁니다.

승객도, 운전기사도 당시의 겪은 공포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택시 기사▶
"차가 전복될 때 정신을 다 잃었거든요. 이제 운전은 그만하지 싶습니다. 무서워서 공포증이 심해서 운전 못 하지 싶어요."

◀급발진 의심 사고 승객▶
"진짜 어디 뭐, 빌딩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1분 동안 받은 건데, 이건 차가 아니고요. 살인 흉기입니다. 너무 공포스럽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 때문에…"

경찰은 주변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택시의 사고기록장치(EDR)와 운행기록계(DTG)를 국과수에 보내 사고 당시 택시 속도가 얼마였는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등을 사고 원인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 잇따라
2023년 6월에도 대구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전기차 택시 사고가 또 있었습니다.

역시 손님을 태우고 주행하던 중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서 있다가 신호가 바뀌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차가 급가속하며 앞으로 돌진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경험 전기차 택시 기사▶
"쭉 차가 당겨지는 거예요. 브레이크를 밟으니까 안 들어. 브레이크 밟아도 계속 가속이 붙는 거예요. '아이고 죽었구나' 하면서 앞차를 박아버렸어요."

택시는 도로에 있던 다른 차를 박고 멈춰 섰고 사고는 5중 추돌로 이어졌습니다.

택시 기사는 쇄골과 어깨가 부러졌고, 뇌출혈까지 발생해 아직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황이 담긴 전면, 후면, 내부 CCTV가 있었지만 사고 수사는 운전자 부주의로 결론이 났습니다.

택시 기사는 생업을 버릴 수 없어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대신 사비를 들여 브레이크 페달이 있는 곳에 블랙박스를 하나 더 달았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경험 전기차 택시 기사▶
"급발진 증거를 찾아오라는데, 내가 어떻게 찾습니까. 근데 정말 브레이크를 밟아도 밟히는 거 없이 쑥 들어가 버리고 그랬는데···"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자동차 리콜센터에 접수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급발진 의심 신고는 46건.

이 가운데 차량 결함 인정된 사례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차량 결함 증명 책임이 전문 지식 없는 소비자에게 있는 영향이 큽니다.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제조사 입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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