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까지 4년을 달려온 안동 헴프 특구의 사업 종료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대마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은 더디기만 한데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2023년 75년 만에 대마 법이 대폭 개정돼, 환각성이 없는 대마 성분에 대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됐습니다.
법 개정 이후 일본의 헴프 산업 변화를 김경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의 최신 산업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도쿄의 한 무역센터.
빼곡하게 차려진 부스마다 정체 모를 제품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화장품과 마시는 차,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의 공통점은 대마로 만들어졌거나 대마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겁니다.
◀폴 벤하임 미국 헴프 플라스틱 업체▶
"이것은 헴프 플라스틱입니다. 더 지속 가능하며 탄소를 흡수하는 플라스틱이죠. 이것을 현재 일본, 태국, 그리고 한국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토 아츠시 일본 헴프 업체▶
"(대마 성분인) CBD 오일, CBD 원료, CBD 젤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마 성분 가운데서도 칸나비디올, 즉 CBD는 환각성이 없는 데다, 난치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까지 있어, 산업적 활용성이 큰 성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CBD 성분은 최근 일본 대학생들의 창업 아이템으로도 큰 인기입니다.
◀와타나베 아야토 일본 카나자와대학▶
"(이 제품은) 일반 말차에 CBD가 들어가 있어서 차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2023년 말, 일본 정부는 무려 75년 만에 대마 관련 법을 대폭 개정했는데, 바로 이 CBD 성분을 의료적, 산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CBD 산업화를 위해 일본에서는 최초로 대규모 국제회의까지 개최됐습니다.
◀사토 히토시 일본헴프협회장▶
"이번 국제회의의 목적은 우선 헴프가 인류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헴프가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세계 10여 개국 헴프 관계자들이 이곳 도쿄에 모였는데요. 산업용 대마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했던 일본의 대마 관련 법이 명확하게 정비되면서 합법적인 대마 산업 시장에는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사토 히토시 일본헴프협회장▶
"현재 법인과 개인 합쳐서 (헴프협회에) 500곳 정도 가입돼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겁니다."
일본의 개정된 대마 법은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4년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츠마루 마코토 일본 헴프 업체▶
"(일본 헴프 시장은) 매년 2~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5년 후에는 1천억 엔 정도 규모가 될 걸로 기대됩니다."
반면 4년 전 큰 기대 속에 출범했던 안동 헴프 특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1월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 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식약처가 식의 약 분야에 한해 대마 관련 규제 완화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역시 2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