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경북 포항에서는 10명이 숨지고, 제철소까지 침수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습니다.
그런데 10달로 접어들도록 하천 복구공사는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납득하기 힘든 이런 상황은 전국 어디나 비슷한데요.
현행 수해 복구 시스템으로는 착공까지만 보통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입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태풍 힌남노 때 하천이 범람해 물바다로 변한 포항시 오천읍, 한 아파트에선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포항제철소까지 침수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포항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습니다.
참혹한 물난리를 겪은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일대 아파트들은 지하 주차장 입구마다 물이 들이차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판을 달았습니다.
포항제철소도 입구 쪽에 대형 차수문과 담장을 따라 2m 높이의 차수벽 1.9km를 설치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자구 조치들이 마무리되는 것과 달리, 인접한 범람 하천에 대한 복구는 하세월입니다.
수해 직후, 유실된 제방 곳곳에 쌓아둔 대형 모래주머니는 처음 그대로입니다.
상당수는 찢기고 터져 비가 많이 내리면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수변 시설은 아직도 파손된 채 방치돼 있고 물길 확보를 위한 임시 준설작업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일래 포항시 오천읍 주민▶
"지금 한 개도 복구가 안 돼 있고 임시방편적으로 돼 있어서 혹시라도 비가 오면 저런 임시방편적인 시설은 금방 휩쓸려 가 버리니까."
복구공사 안내문이 이제야 내걸렸지만 어디에도 공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2022년의 트라우마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한데, 2025년 완료 예정인 복구공사를 아직도 시작조차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립니다.
◀차재화 포항시 오천읍 우방1차 아파트 자치회장▶
"주민들이 봤을 때 방치입니다. 그런데 비는 일기예보에서 계속 올해 태풍과 장마에 대해 강조를 하시니 주민들은 계속 불안합니다. 주민들이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기보다는 냉천을 먼저 쳐다봅니다."
하천을 관리하는 경상북도는 포항 냉천 규모의 수해 복구는 피해 조사와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착공하기까지 보통 1년 이상 걸린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상북도 담당자(음성변조)▶
"설계하고 행정절차 때문에 이게 부득이하게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행정 절차를 좀 간소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은 있죠."
전국적으로 늑장 복구가 관행이 된 가운데 복구공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사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박칠용 포항시의원▶
"설계 따로 시공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턴키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건설업과 관련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개정이 돼야 하고"
늑장 복구의 오랜 관행을 개선하는 일이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의 가장 확실한 수해 대비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최현우, CG 최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