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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경북 영천시 신녕면에 들어선 큰 건물의 정체는?···건물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마늘들


경북 영천시 신녕면 장수로에 가 봤더니···한적한 농촌 길가에 들어선 큰 건물
'경북 영천시 신녕면 장수로 2075'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알려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한적한 농촌 길을 차로 달려가다 보니 눈앞에 갑자기 등장한 큰 건물.

경북 최초의 마늘 경매장인 '신녕농협 마늘 경매식 집하장'이 취재진을 맞습니다.

'농촌에 이런 크기의 건물이!' 내심 놀라서 자료를 보니 땅 면적만 14,380㎡, 마늘 경매식 집하장 규모만 해도 3,471㎡에 달했습니다.

영천시가 경상북도, 신녕농협과 힘을 모아 지어 2024년 6월 21일 준공식도 했다고 했습니다.

마늘이 20킬로그램씩 들어가 있는 마늘 망이 질서정연하지만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신녕농협 관계자에게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물어보니 20kg짜리 마늘 망이 18,000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사람이 먹으면 몇 년이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일까?"

엉뚱한 계산을 잠시 했습니다.

오후 1시가 되자 갑자기 돌변한 분위기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마늘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뿐 경매식 집하장은 조용하고 한산했습니다.

마늘을 내놓은 몇몇 농민과 마늘을 사러 온 중매인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오후 1시가 되자 분위기는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마늘 품명과 생산자, 중량, 등급, 수량, 경락단가, 낙찰자가 표시되는 전광판이 달린 이동식 경매대가 시선을 사로잡으며 등장했습니다.

이동식 경매대에 올라탄 경매사의 신명 나는 추임새는 경매장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매서운 눈초리로 마늘을 살피던 중매인들도 경매사의 호창에 금액을 입력하느라 덩달아 분주해졌습니다.

숨 쉴 틈조차 없이 정해지는 경락단가.

경매사가 올라탄 이동식 경매대는 경매에 부쳐야 할 마늘 사이를 이동하며 빠르게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어느 농민이 내놓은 마늘이? 상품, 중품, 하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읽어야겠다 싶으면 다음 마늘이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7월 초부터 영천에 문을 연 경북 최초의 마늘 경매식 집하장의 경매 모습입니다.

예약제로 운영하고, 한 농가가 하루에 내놓을 수 있는 마늘은 20kg짜리 300망
경북 최초의 마늘 경매장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농가당 하루에 20kg짜리 300망까지만 내놓을 수 있습니다.

경매는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하고, 7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주 6일(일요일 휴무) 문을 연다고 했습니다.


"처음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경매장이 처음 생기다 보니 경매하는 것도 처음 본다는 농민들이 많았습니다.

낯선 경매 풍경을 접한 농민들의 얼굴에는 그래서 아직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늘을 경매에 내놨다는 농민 한 분께 말을 걸어봤습니다.

김기덕 영천시 신녕면 왕산리 "수확한 마늘 일부는 농협 수매로 하고, 나머지를 경매장에 가져왔습니다"

기자 "값을 잘 받아야 할 텐데요?"

김기덕 영천시 신녕면 왕산리 "복불복이지 뭐 어떻게 하겠어요. 하하."

마늘 경매장의 등장, 농민들에게는 과연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마늘 경매장의 등장이 농민들에게는 과연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 궁금해 또 다른 농민께 말을 걸어봤습니다.

이정호 영천시 신녕면 신덕리 "마늘 판매 대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지요. 수매할 때는 돈을 세 번 나눠서 줬는데, 계약금, 중도금, 마지막 정산 이렇게요. 그런데 경매로 하니 바로 정산해 주니 그게 참 좋습니다"

그동안은 경매장에 마늘을 내놓으려면 경남 창녕까지 가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불편을 덜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김상윤 전국 마늘생산자협회 경상북도지부 회장 "인근에 공판장이 없다 보니까 멀리 창녕까지 1시간 반 넘게 새벽밥 먹고 갔었는데, 지금은 바로 근처에 있으니까 시간적 여유도 있고 기름값도 적게 들고 좋지요"

영천시 관계자는 홍보를 잘해서 영천이 마늘 유통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이기석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과장 "농가의 불편을 해소하고 농가 소득 증대와 영천 마늘 품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거래 물량을 연간 1만 톤으로 예상하는데, 적극적인 홍보와 노력으로 영천시가 마늘 유통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북 최초의 마늘 경매장의 하루 거래량은 최대 400톤입니다.

신녕농협 측은 2024년 거래량 목표를 1만 톤으로 잡았지만, 7월 16일 현재 기대치보다 10~20%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구권 신녕농협 조합장 "2025년부터는 적극적인 홍보로 출하량을 늘리고, 농가에는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우수한 중매인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매장을 운용하지 않는 기간에 경매식 집하장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
경북 최초 마늘 경매장의 2024년 운영은 8월 5일이면 끝이 난다고 합니다.

경매가 다시 시작될 2025년 7월까지 거의 11개월 동안, 이 공간이 비게 되는 셈입니다.

큰돈을 들여서 지은 공간인 만큼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로 보였습니다.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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