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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9살···온 마을이 도운 '특별한 입학식'

◀앵커▶
5월 27일 경북의 한 산골 마을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평균 나이 79살 어르신들이 평생을 소원했던 학생이 된 겁니다.

주민들은 학교와 마을을 살리는 길이라며 온 힘을 모아 만학도들의 늦은 입학을 도왔습니다.

마을 잔치 같았던 입학식 현장을,  손은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김천 시내에서 차로 50분 떨어진 증산면입니다.

사는 사람 천 명이 채 안 되는 이 산골 마을에 초등학교가 시끌벅적합니다.

2024년 두 번째 열리는 입학식 때문입니다.

올봄 신입생은 2명뿐이었는데 새 학생이 15명이나 생겼습니다.

주인공은 평균 나이 79세 어르신들입니다.

◀현장음▶
"입학을 허가합니다."

만학도를 응원하기 위해 온 마을 사람이 다 모였습니다.

축하받던 어르신은 왈칵 눈물을 쏟습니다.

◀최병옥 할머니 증산초 1학년▶
"클 때 너무 없이 커서 그런 생각을 하니까···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눈물밖에 안 납니다. 또 이렇게 용기를 내서 올 수 있다는 것도 반갑고 좋습니다."

평생을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학교 다닐 기회가 없었습니다.

자식들을 다 키운 뒤에도 첩첩산중에 사는 탓에 학업은 엄두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박래순 할머니 김천 증산초 1학년▶
"다른 애들 학교 가면 그거 따라가고 싶어서 막 혼자 울고 그랬어···"

이런 어르신들을 학생으로 만든 건 학교와 주민들입니다.

전교생 7명, 마을에 하나 남은 이 학교가 분교로 바뀌는 게 확정되자 학교를 살릴 유일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졸업생들까지 더해 학교 운영에 필요한 돈 4천만 원을 모아 기부했습니다.

밭일에 밀려 학업을 포기할까 장학금도 주기로 했습니다.

◀권경미 김천 증산초 교장▶
"어르신 학생 입학이 학교와 마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자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이제 경로당 대신 매일 아침 학교에 갑니다.

배우지 못해 평생 설움으로 남았던 글을 읽고 쓰는 법을 익히고 덧셈·뺄셈, 외국어도 공부하게 됐습니다.

◀최남주 할머니 김천 증산초 1학년▶
(이거 답 틀린 거 아니야?)
"다 맞았어, 100점 선생님이 주신 거야."

◀전진식 최남주 할머니 아들▶
"대학교까지 가야지! (알았어, 내가 1등 할게.) 파이팅!"

아내와 함께 여든이 넘어 1학년이 된 어르신은 오늘로 한을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는 2025년에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의 입학을 도와 이 마을에 학교가 사라지지 않게 힘쓸 계획입니다.

◀이달호 김천 증산초 1학년▶
"오늘부로 한을 푼 것 같아. 졸업장 (받을) 생각하니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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