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는 정당한 통치 행위"···45년 전 신군부 떠올리게 하는 대통령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신군부는 박정희 사후 권력 공백기를 틈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불법으로 권력을 움켜쥐었습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에워쌌고 국회의원과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댔습니다.
긴급히 소집된 국회의 결의로 2시간 반 만에 계엄은 해제됐지만,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여당 국민의힘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여전히 군 통수권을 가지고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두환의 군사 반란으로부터 정확하게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 12일, 윤 대통령은 기습 담화를 발표하고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라며 '12·3 내란 사태'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습니까?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라고 강변해 대다수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소수 콘크리트 지지층에 자신을 지켜달라며 사실상 내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12·3 내란 사태는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생존의 기로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계엄 선포 이후 더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역 수출 기업과 약속을 잡았던 바이어들이 방한을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기업들이 2025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기약이 없다는 겁니다.
식당가 "계엄 선포 이후 예약 반토막"
150여 개 음식점이 밀집해 대구의 대표 음식 거리 중 하나인 들안길먹거리타운.
여기서 20여 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도 예년보다 2~30%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그날 이후, 예약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A 씨 "거리가 거의 조용하고 연말 경기는 실종··· 실종이 아니고 평소보다 더 못할 정도입니다. 실제 매출이 그렇게 돼 있고 그래서 하여튼 큰일입니다."하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음식업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습니다.
음식업협회 관계자 "사회가 좀 안정화가 돼야 사람도 좀 씀씀이라든가 이런 움직임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활성화가 되는 데 안정화가 안 되고 시끄러우니까 자꾸 움츠러들고···"
그러는 사이 지난 12월 9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구·군청 부단체장도 참석한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연말연시 유흥, 향락을 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음식업협회 관계자 "시국이 시국인 만큼 조심해라··· 그런 거 위에서 한마디 하면, 위에서 그냥 돌멩이 하나 던지면 개구리 맞아 죽듯이 한마디 하면 우리 소상공인들한테 미치는 영향은 크죠."
A 씨 "아주 잘못된 시책인 것 같아요. 공무원들이 술을 안 먹어야지 밥자리까지 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우리가 어디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이게 지금 계엄도 아니고 무슨 비상입니까? 지금 어디 타 도시에 서울이 당장 서울 같은 데도 그런 건 없거든요."
소비 심리가 회복되려면 나라가 안정이 돼 가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내란 사태의 피해는 서민들이 다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12·3 내란 사태 후폭풍은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들어 지난 10월까지 대구의 수출은 74억 7천만 달러.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경북은 335억 달러로 1.5% 감소했습니다.
특히 대구는 3년 만에 연간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2025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보편 관세를 실행할 경우 지역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여기에다 12·3 내란 사태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습니다.
비상계엄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지역 수출 기업에도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잇따랐습니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 "대부분 방한 연기나 협상 지연과 같은 간접 피해 사례가 일부 발생한 것으로 청취했습니다. 또한 환율 변동성이 최근에 확대된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됩니다."
내란 사태가 촉발한 정치의 불확실성은 요동치는 환율과 증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2025년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투자하려고 하다가 좀 뒤에 하자며 약간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눈치 게임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고···"하며 지역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내란 사태 이전 한국경총 조사에서 이미 국내 30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2025년에 긴축 경영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내란 사태가 불러일으킨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제에 미칠 파장도 더 넓고 깊어질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