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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② "계엄 사태 보면서 너무너무 무서워···내가 어디로 끌려갈지 모른다면"

1970~80년대 정부는 '사회 정화'라는 명목으로 '부랑인'들에 대한 불법 단속과 강제 수용을 이어갔습니다. 수용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는 방치했는데요, 부산 형제복지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구에서는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 침해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결국 조사에 착수했고, 많은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규칙을 어기면 장기간 독방에 감금하고 직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수용자를 정신병원에 격리하는 한편 여성 입소자가 출산하면 곧바로 해외 입양 알선 기관에 전원하고 친권 포기를 강요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1970년대도, 1980년대도 아닌 1998년, 35살에 천안역에서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됐다가 24년 동안 감금과 폭행, 강제 노역을 당했던 전봉수 씨는 12월 1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전봉수 씨의 삶이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겹쳐 보인다고 표현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정말 뭐라 먼저 말씀을 드리면서 발언을 시작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제가 54년생으로 6·25 세대나 마찬가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거쳐서 가족이 해체되고 시설로 들어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리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봉수 씨를 만나서 이렇게 보면서, 또 6·25가 끝난 지가 언젠데 나는 내 인생이 정말 이렇게 장애로 다 망가졌는데 봉수 씨 같은 경우는 그렇게 누구한테 끌려가서 어딘지도 모르게 끌려와서 그 대구라는 그리고 희망원이라는 곳에서 시설 안에서 자유를 억압당하고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것을 그걸 다 참으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지 않았겠습니까?

내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단념하는 마음, 포기하는 마음들 그런 것들이 지나간 세월에 오늘 이렇게 여기서 발언을 하려 그래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 나는 정말 이해합니다.

우리는 정말 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장애인이다 보니 내가 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떨치고 나가기보다는 그냥 참아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해줘야 한다, 이리 의존하는 생을 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랬는데 봉수 씨가 시설에 있으면서 누나 얘기를, 형의 얘기를, 형제들의 얘기를 정말 조근조근하게 잘 말을 해도 아무도 우리 장애인들의 말은 개무시를 하면서 들어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냥 너희들은 그냥 밥이나 주면 처먹고 살아야 한다, 이거 아닙니까?

그러한 세월을 살다 온 우리는 이제 뭐 나이가 다 되어가면서 내가 뭐가 더 달라지겠는가, 그 포기하는 마음이 희망으로 바뀌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또 계엄 사태를 보면서 또 이 시대에서도 OECD 몇 번째 간다는 나라로 자랑하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또 가족이 해체되고 내가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고 살아야 하는 아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보기 싫은 사람으로 우리가 치부되면 우리가 또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너무 마음이 정말 너무너무 무서웠고 가슴이 뛰는 게 진정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한 우리 세월을 살아온 우리가 이제 와서 봉수 씨 같은 분이 사과해라 나라에서 이제 내 인생을 돌려달라 이 말을 해야만이 그런 것을 작업을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 가족을 다 해체하면서 그러한 시설로 넣었으면 그리고 또 가족을 다시 만났으면 퍼뜩 일어서서 “아 잘못했다 옛날에는 모든 것들이 다 좀 그랬었다” 사과하면서 스스로 이분의 인생을 이렇게 젊은 날에 제대로 못 살았던 그런 모든 일들을 되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법원 앞에 나와서 이렇게 살았다, 나는 보상을 받아야 하겠다 이러한 말을 내 입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까?

사과를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장애인은 언제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까?

국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도대체 OECD에 몇 번째 가는 나라이면 뭐합니까?

하루아침에 나라가 정말 곤두박질치는 이 속에서 아무런 아무 안전에 담보 없는 정말 몸도 못 움직이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러한 대책들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란 말입니까?

봉수 씨에게 빨리 우리 봉수 님한테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청춘을 돈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빨리 보상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똑같이 봉수 씨가 되어서 투쟁할 것이고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열심히 질기게 싸워 나갈 것입니다. 투쟁.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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