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의 포도 생산지는 어디?
답을 알아보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를 살펴봤습니다.
농업경영체는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번 더 정리해 드리면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업·농촌에 관련된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기 위해 농업경영 관련 정보를 등록한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을 말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업경영체는 42,974, 재배면적은 14,056.71ha입니다.
시도별로 보니 경상북도가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농업경영체 20,529, 재배면적은 7,873.62ha로 전국의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충청북도가 1,546.26ha, 경기도는 1,536.03ha로 다음입니다.
그러면 전국 최대의 포도 생산지 경상북도에서도 포도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김천시가 2,498.17ha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습니다. 상주, 영천, 경산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2024년 노지 포도 작황은 과연?
2024년 노지 포도의 작황이 궁금해서 경북에서 가장 넓은 포도 재배 면적을 자랑하는 김천에 가봤습니다.
김천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북 김천의 경우 노지와 시설 포도의 재배면적 비율은 7:3 정도라고 합니다.
노지 포도와 시설 포도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궁금해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네요.
노지: 외부와 환경적으로 단절되지 않은 농지. 지붕만 가리는 비가림 시설(연동 포함), 고춧대, 오이 넝쿨 유도용 그물, 병해충이나 조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보호망은 노지에 포함
시설: 온실(유리), 온실(경질판), 온실(비닐), 육묘장(유리), 육묘장(경질판), 육묘장(비닐), 재배사, 비가림 시설 중 측면을 비닐로 덮은 경우 시설에 포함
제가 찾은 곳에서는 시설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은 막바지 출하가 한창이었고요.
비가림 시설이 돼 있는, 이른바 노지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은 2024년 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까지 잘 이겨내며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었습니다.
"노지에서 키운 샤인머스캣의 적정 수확 시기는 추석 이후"
현장에서 만난 김천포도회 회장께 노지에서 키운 샤인머스캣의 적정 수확 시기를 물어보니 9월 하순에서 10월 초 사이라고 하네요.
2024년 추석은 9월 17일로 예년에 비해 조금 빠르니까, 추석 연휴 직전에는 수확하기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
생육 상태도 좀 더 자세하게 물어봤는데요.
극심한 무더위에 잎이 타들어 가는 일소 증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태풍 같은 큰 변수만 없다면 작황은 좋을 것 같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습니다.
김희수 김천포도회 회장 "작년에는 이 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탄저병이 심했었어요, 농장에 약 방제가 잘 안되고 하면. 그런데 (올해는) 햇빛이 너무 좋아서 병은 크게 없습니다. 벌레도 올해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노지 포도 수확기까지 큰 기상 이변, 예를 들어 태풍 같은 게 안 온다면 노지 기준으로 하면 풍년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농정 당국도 수확기까지 물관리를 비롯해 막바지 농장 관리만 잘 한다면 좋은 품질의 포도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심정규 김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일소 증상이 좀 있습니다만, 작황은 2023년 대비해서 양호할 것 같고요. 농가에서는 특별히 적정 온·습도 유지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특히 적정 착과량이 굉장히 중요하겠습니다."
"극심했던 무더위와 열대야로 당도가 더디게 오른 게 신경 쓰여"
다른 걱정거리는 없냐고 여쭤봤더니 "낮에는 불볕더위가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교차가 크지 않아 당도가 더디게 오르고 있다는 게 신경이 쓰인다"고 했습니다.
"열대야가 사라지고 일교차가 커야 당도가 오르는데, 밤낮으로 더우니 나무가 양분을 포도 열매로 보내지 않고 호흡하는데 써 버리니 당도가 더디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추석 전에 출하하려고 당도가 덜 오른 포도를 내놓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면 함께 망하는 거야"
"일교차가 커지고 난 뒤 9월 하순이나 10월 초순에 수확해야 달디달 텐데···"
제가 만난 농민들은 예년보다 추석이 이르다고 당도가 덜 오른 포도를 조기 출하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진다면 신뢰 추락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샤인머스캣은 한때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명품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면서 공급량도 늘었고, 몇 년 전부터는 덜 익은 샤인머스캣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치기도 했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농민들은 2024년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만큼 덜 익은 샤인머스캣이 시장이 나오는 일이 재발하면 어쩌나 그야말로 전전긍긍이었습니다.
이속기 경북 김천시 감문면 "당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포도를 막 수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농민들, 같이 죽는 경우밖에 안 돼요."
김천시는 당도 표시제와 품질관리단 운영 등을 통해 저품위의 포도 출하를 근절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매시장과 공판장을 자주 찾아가서 현장 점검을 하고 읍면동이나 지역농협을 통해서 협조 요청을 하는가 하면 조기 출하 금지 홍보 현수막도 내걸었다고 했습니다.
덜 익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샤인머스캣의 조기 출하 근절이 수확기까지 가장 시급하고 큰 당면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