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의대 증원 배분 결과가 확정된 가운데 경북 지역에선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이 지역의 의료 공백 해소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큰데요.
실제 경북의 의료 취약 현장은 어떨까요?
엄지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안동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국립의대 설립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의대 증원을 통해 경북은 유일한 의대인 동국대 경주캠퍼스 정원이 2배 이상 늘었지만, 상당수의 졸업생은 수도권 병원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입니다.
◀조달흠 안동시 주민자치 협의회장▶
"의대가 없는 전라남도에 우리 국립 의대를 설립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거기보다도 더 열악한 곳이 우리 경상북도입니다."
반면 대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의대 증원을 끌어냈습니다.
정부는 대구 증원 효과가 경북까지 퍼지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구와 거리가 있는 경북 북부에선 의료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습니다.
◀정태주 안동대 총장▶
"근데 저걸 갖다가 대구광역시에 다 배정을 해놓고 경상북도는 낙수효과? 글쎄 낙수효과가 얼마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아마 대구 쏠림현상만 더 심해지고···"
의대 신설 요청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지역의 의료 현실은 어떨까요?
경북 안에서도 의료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봉화의 유일한 종합병원에 찾아와 봤습니다.
38년째 농촌지역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봉화해성병원.
봉화군 인구가 3만 명에 불과하지만, 매일 이삼백 명의 외래환자가 꾸준히 찾습니다.
환자들 평균 연령은 70대, 이들 수요가 많은 내과와 정형외과 등 4개 과와 응급실 등에서 의사 6명이 진료를 보는데, 갈수록 '의사 모시기'가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의대 증원과 신설이 없던 지난 26년간,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암 병원 등 전문병원과 요양·재활병원이 급증해 '의사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굳이 시골 병원까지 올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권성규 봉화해성병원 이사장▶
"의사들이 대도시 지역으로 당겨 올라가게 되니까 시골 병원은 의사를 구하는 게 안 그래도 굉장히, 문화적인 여건이 안 좋으니까 구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인건비를 더 달라, 요구조건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죠. 아파트를 달라, 세금도 병원에서 다 부담해라. 그걸 수용하지 않으면 안 오니깐요."
중소도시나 군 단위 병원의 경우 의사 연봉을 최소 3억 원 이상 맞춰줘야 합니다.
그나마 지역 병원에 내려온 50~60대 중년 의사들은 길어야 2~3년, 심지어 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대도시로 떠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력 수급 불안정에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지역 병원들은 만성 적자 속에 폐업을 늘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지역 의료시스템이 버티기 위해선 공공의대를 통한 지역 의사 배출이 필수라는 게 농촌 병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권성규 봉화해성병원 이사장▶
"대구에 증원이 이뤄져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실제로 경북 북부지역에 의료 인프라가 구축이 돼야지 대구에서는 대구에 소진되고 거의 서울, 수도권으로 빨려 올라가 버리는··· 지역 공공의대 실제로 설립해서 지역 취약지 병원을 기초 의료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동대는 의대 설립 시 지역 정주형 의사를 양성하겠다며,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과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태주 안동대 총장▶
"국립대는 수도권에 병원을 지을 수가 없어요. 어쨌든 경북에서 수련을 해서 경북에 의사를 배출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 학교는 그것보다도 더한 거는 경상북도 인재를 80% 이상을 뽑아서 경상북도에서 근무하는 걸 예를 들면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도록 약정하고"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