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서의 '불법 의료 행위',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만,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들의 선호·비선호 분야가 뚜렷이 갈리고 병원에 장비 운용 인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의료 행위가 간호사들에게 불법적으로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김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의료기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CT와 MRI 같은 고가 의료기기를 앞다퉈 도입했습니다.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인 MRI는 2018년 1,200여 대이던 것이 2022년에는 1,500여 대로 21% 넘게 늘었습니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치, CT는 2018년 1,400여 대, 2022년에는 1,700여 대로 15% 넘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MRI나 CT를 다루는 방사선사는 태부족입니다.
장비 1대당 방사선사가 한 명은 있어야 하는데 병원급은 0.32명, 요양병원 0.41명, 상급종합병원이 0.75명에 불과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사선사 대신 영상 촬영을 하는 등 각종 불법 의료 행위가 간호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며 대한간호협회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대리 수술에서부터 기관 삽관, 항암제 조제까지,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에게 미뤄 불법 의료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2023년 대한간호협회가 병원의 불법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대구에서만 신고 건수가 28개 병원, 540여 건이었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분야일수록 불법은 더 심각합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의료기관의 필요에 의해서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대체시키고 있는 것을 간호사는 거부할 수 없는 전체적인 총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서 이런 것(불법 의료 행위)이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장비는 도입하면서 운용 인력은 따라가지 못하고 분야별 의사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간호사로 대체하는 불법 의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