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2년 3월 국내 최장을 기록한 울진 산불, 열흘 가까이 계속돼 여의도 면적의 50배 가까운 산림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대형화하는 추세이고, 소나무재선충병마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이제는 활엽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송이 소득을 놓칠 수 없는 산주들의 요구로, 산불 피해지에 또 소나무를 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기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무려 1만 4,140ha의 산림이 파괴된 울진 산불은 대형 재난이었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두려움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이 있고, 마을 공동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기름이나 다름없는 송진을 내뿜는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한 달 송이 채취로 1년을 산다는 소득을 놓칠 수 없어 산주들이 소나무 조림을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 산림 중 사유림이 8,801ha로, 62%를 차지해 산주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경상북도 산림자원과 관계자▶
"송이가 생산되는 임지는 산림 소득 때문에 산주들이 소나무를 많이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소나무가 산불 피해지에 식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북보다 대형 산불이 잦은 강원도에서 지속 가능한 산림 조성과 경영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학술행사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와 병해충에 취약한 소나무와 침엽수림 대신 활엽수림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꼭 필요한 소나무림에 한해 유지 조림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활엽수가 산불 등 재난에 강하고 생장이 빨라 탄소 중립에도 유리하다는 겁니다.
◀손요한 고려대학교 교수▶
"(지속 가능한) 산림을 경영해야 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해야 하는 두 가지로 임목 생장,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의 기능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다만 어떤 활엽수를 골라서 심고 가꿔야 하는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고민은 필요합니다.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
"침엽수가 쇠퇴하고 있고 소나무가 갖고 있는 그런 역할들이 줄어들고 있다면 그거를 대체할 수 있는 활엽수가 필요한데, 그 활엽수가 어떤 나무를 선발해야 하고 어떤 나무를 키워야 하냐에 대한 큰 질문이 우리 앞에 있다는 거죠"
1973년 국가적 차원에서 전 국민이 참여해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한 이른바 국토 녹화사업이 시작되고 50년이 된 2023년, 산지 녹화와 조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기영입니다. (영상취재 최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