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봄철인데도 산 곳곳에 붉게 물든 소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말라 죽은 소나무인데요, 예년 같으면 3월 말까지 말라죽은 소나무를 모두 베어 냈지만, 2023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100% 방제하지 못해 2024년이 더 걱정입니다.
국립공원인 경주 남산도 뚫렸는데, 애지중지 보호해 온 왕릉과 사적지 조경 소나무가 위험해졌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포항시 북구의 한 야산입니다.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붉게 변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시면 원래는 푸른색이어야 할 이파리가 이렇게 붉게 말라붙어서 아래로 축 처져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겁니다.
◀김동학 포항시 양덕동▶
"작년에는 별로 이렇지 않았어요. 올해 좀 그렇네요. 이렇게 벌겋게 중간 중간에 이렇게 있으니까 보기 흉하죠."
포항시 남구의 해안가는 더 심각해 야산 전체가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동안 방제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국립공원도 뚫렸습니다.
노천 박물관인 경주 남산에도 병에 걸려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눈에 띕니다.
2022년 가을부터 2023년 봄까지 경북의 소나무재선충병 고사 나무는 약 58만 그루.
피해가 큰 포항과 경주는 20만 그루로, 1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습니다.
지난 2017년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기후변화와 방제 미흡 등의 이유로 2022년부터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긴급 방제에 나섰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완전 방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최우혁 포항시 소나무재선충 방제팀장▶
"가장 힘든 부분이 예산입니다. 산림청에서도 풍족하게 내려줄 형편은 안 되고 하니까 우리 자체 시비도 확보를 하고 이렇게 방제 작업을 했는데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고…"
환경단체는 포항지역의 재선충병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며, 산림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전담 조직과 최소 작년의 5배 이상 예산을 투입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의 재선충 방지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금 심각한 상황이고 더 이상 포항시만의 노력으로 안 되고…"
환경단체는 또 해안가 방풍림과 국립공원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MBC 박성아입니다. (영상 취재 박주원, CG 최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