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상북도가 한국 원전의 메카가 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우리 지역에서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선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탓에 탄소 배출 없이, 일정한 전기를 생산하려면 원전이 답이라는 주장인데요.
2035년이면 전기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독일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의 한 가정집입니다.
지붕엔 태양광 패널 14개가 설치돼 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섯 식구가 쓸 전기를 생산하고도 남아 송전망 사업자에게 전기를 되팔기까지 합니다.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수영장에는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데, 제가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해가 나기만 해도 공짜로 수영장을 운영할 수 있는 거죠."
가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독일의 베를린, 함부르크 등의 주에서는 신축 건물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독일은 2035년까지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슈테판 벤첼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차관▶
"재생에너지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전 세계 발전소 건설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전 세계에 건설된 발전소의 80% 이상이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한 발전소였습니다."
이렇게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이뤄가는 독일의 사례 앞에서, "우리나라는 처지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태양광 가동에 영향을 미치는 연평균 하루 일조량은 한국이 4일로 독일의 2.5시간에 비해 많고, 해상풍력단지 설치에 용이한 바다의 배타적 경제수역도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인 면에서도 우리나라가 선도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차문환 한화큐셀 독일 법인장▶
"중국이 많이 따라오긴 했으나 기술의 선도는 우리가 끌고 가고 있다···"
◀이진상 HSG성동조선 대표▶
"한국은 기본 조선산업을 근간으로 (해왔기 때문에) 강력한 공급망을 만들 수 있어 동아시아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가동에 필요한 요건이 열악한 수준이 아닌데도, 에너지 전환이 더딘 건, 한국전력이 전력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탓이 큽니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이 기반인 한전의 자회사들이 우리나라 발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한전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한전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RE100(기업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해결하는 캠페인)을 이행할 때 과도한 송전 요금을 요구한다거나 또는 과도한 보안 서비스 요금을 요구하면서···"
영구 처분할 길이 없는 원전에서 독립해 탈탄소의 길을 걷는 건, 사실상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인 합의와 의지란 메시지를 독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전상범, 영상편집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