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검진 결과 36%가 이상 소견 판정을 받았고, 이 중 '폐암 의심'이 22명, '폐암 매우 의심'이 2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승인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산재 역시 대구 학교급식 노동자 10명 신청했는데 지금까지 8명이 승인받았습니다.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조리실무원을 늘리고 환경을 개선해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절규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강선미 학교 급식 노동자
퇴직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계획해야 할 때, 폐암의 두려움으로 힘들어하는 노동자가 있다. 올해 8월 말 '폐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은 대구 학교 급식 노동자이다.
그는 2001년에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사하여 23년 4개월간 대구 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 그리고 2022년 대구교육청이 급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폐암 검진에서 기관지 확장증을 판정 받았고, 그해 11월 각혈을 하며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 이후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관리하고 있었는데, 퇴직을 앞둔 8월 14일 폐암 검진을 통해 '매우 의심'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20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해왔던 대가가 폐암일 수는 없다. 대구교육청은 언제까지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2022년에서 2023년까지 대구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검진 결과, 전체 중 36%가 이상 소견 판정을 받았다. 이 중 '폐암 의심'이 22명, '폐암 매우 의심'이 2명이다.
학비노조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리 실무원 충원, 배치 기준 하향을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작년 노조의 의견을 무시한 채 400개가 넘는 학교에 고작 38명의 인력을 충원했다. 올해는 단 한 명도 충원하지 않았고, 내년에는 배치 기준 하향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현재 대구 학교 급식실 배치 기준에 따르면 조리실무원 1명을 증원하려면 평균 145.2명의 급식 인원이 늘어야 한다. 대구교육청이 배치 기준을 전격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퇴직 때까지 초강도의 노동을 해야 한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배식, 청소 업무를 경감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천여 명의 코로나 방역 인력은 작년 2학기에 모조리 빼버렸다. 정녕 대구교육청은 일할 사람이 없어 병가조차 쓰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고 있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튀김, 전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인 조리 흄은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의 주요 원인이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급식 종사자 온열질환 대책 공문을 통해 튀김, 전 등 과도한 노동력을 요구하는 조리 공정 중복을 자제하고 메뉴 가짓수가 과도하지 않도록 권장했다. 그러나 학비노조가 6월에서 7월 조합원이 근무하고 있는 154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약 25%가 주 2회 이상 튀김 혹은 전 요리를 하고 있었다. 대구교육청이 제대로 지도하지 않고 학교 자율에만 맡긴다면, 학급 급식 노동자가 조리 흄을 들이마시며 일하는 현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은 조리 과정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급식기구와 조리실, 식당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독한 약품도 폐를 망가뜨린다. 현재 학교 급식실의 방학 중 청소 일수는 겨울방학, 여름방학을 통틀어 8일 이내이다. 8일이 채 되지 않는 학교들도 많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 일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식판의 세제도 제대로 씻어내지 못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짧은 기간 안에 방학 동안 찌든 때를 벗기기 위해 독한 약품을, 독한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방학 중 근무 일수를 확대하여 독한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 대구교육청은 튀김 로봇을 도입하여 시연회를 개최했다. 대구교육청은 튀김 로봇이 조리 흄 흡입을 방지하고 조리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며 화상 등 안전사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비노조가 확인한 결과 튀김 로봇이 설치된 학교의 후드 위치, 길이가 잘못되어 있었다. 후드 위치조차 잘못된 학교에 튀김 로봇이 있다고 해서 조리 흄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튀김 로봇은 튀기는 작업만 할 뿐이지 튀김 반죽을 하고 반죽을 넣는 작업은 조리 실무원들이 해야 한다. 또한 튀김이 끝나고 나서 기름통을 이동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화상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더 이상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 환자가 나오는 불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대구교육청은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즉각 배치 기준 하향, 인력 충원, 환기 시설 개선, 청소 일수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배치 기준 하향이다. 대구교육청은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여 배치 기준 하향을 조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