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주말 장중첩 증세를 보인 19개월 된 아기가 병원 6곳을 돌다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보도 해드렸습니다.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는 대구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환자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나 CT 같은 영상 촬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요,
평일이 아닌 휴일에는 당직 문제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일 토요일 아침, 19개월 된 아기가 밤사이 혈변을 보며 복통 때문에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부모가 아기를 데리고 집 근처 구미의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에서는 장중첩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습니다.
급히 대구의 두 개 종합병원을 찾아갔지만, 영상 촬영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고, 다시 구급차에 태워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19개월 아기의 엄마▶
"(병원에서)초음파는 안되고 CT는 되는데 아이가 어려서 CT가 될까요? 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니까 그러면 이 병원도 결국 안 받아 주겠다는 얘기구나 싶어서 알겠다고 그러고 (다른 병원으로) 간 거죠."
휴일 응급 의료 공백의 원인으로 의사 당직 문제가 첫손에 꼽힙니다.
응급환자를 제때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 진료과목별로 대여섯 명의 의사가 당직 근무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겁니다.
◀영상의학과 의사▶
"CT는 영상기사가 찍고 초음파는 의사가 하는데 영상기사는 당직을 서고 있고 의사는 (보통 당직 안 서고) 집에 가 자니까."
한 달 전 대구시는 중증인지 경증인지 환자 상태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대구 책임형 의료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병원 진료를 받기 전까지 환자의 상태나 병명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
"(환자가)머리를 다쳤는데 뇌출혈로 수술을 해야 할지 수술 안 해도 될 환자인지 알 수가 없는데 응급실에서 오라 마라가 가능하겠나? 오라고 했는데 뇌 수술을 해야 되는데 우리 병원에서 안 되면 오라고 한 의사는(대책이 없다)."
대구에서는 지난 2010년과 지난 3월에도 응급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기존의 1339 같은 시스템을 보강해 이송 중 기초 진단과 병원 간 전원을 원활하게 해서 처치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환자를 빨리 이송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