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

[심층] 선거 끝나자 또 '산더미'처럼 쌓인 폐현수막 '산더미'···뗀 자리엔 다시 '감사 인사' 현수막

선거 뒤 또 폐현수막 '산더미'
선거가 끝났는데도 교차로 횡단보도마다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번화가 대로변마다 주택가 골목길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남아 있습니다.

이면도로 가로수 사이사이에도 마찬가집니다.

옥외광고물은 정당별로 읍면동마다 두 개씩 현수막을 걸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보행자나 교통안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어디 걸어도 불법이 아니니 선거를 앞두고 자유롭게 거는 건데, 문제는 선거가 끝나고도 현수막을 치우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 현수막을 단 정당이나 후보자가 수거하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철거는 늦어지고 그사이 '당장 치워달라'는 민원은 구청으로 쏟아집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선거 바로 다음 날부터 거리 구석구석을 돌며 현수막을 떼기에 바쁩니다.

화물차를 타고 철거용 장장대를 들고 다니며 현수막을 떼어 수거합니다.

쉽게 떼기 힘들 위치에 있을 땐 사다리나 차량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지자체 관계자 "관련 법상 원래 자진 철거가 우선입니다. 정당이든 후보자 측에서 자진 철거하는 게 원칙인데 선거 업무 경험상 이게 방치되는 사례가 더 많더라고요. 이게 선거 다음 날이 되면 아침부터 전화 옵니다, 주민들이. '선거 끝났는데 왜 현수막이 달려있냐'부터 시작해서···그래서 저희가 원활한 행정 운영을 위해서 조금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현수막 피로감에 지켜 있고 불편함도 느끼고 있는데··· 직원들도 민원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정당에 또 일일이 전화해서 '어떤 위치 (현수막) 떼라' 이런 행정 비효율보다는 그냥 저희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주민 민원을 받으면서, 현수막 위치를 일일이 파악하고 정당에 전화를 돌려 철거 요청을 하는 것보단, 직접 떼는 게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현수막 치운 자리에 다시 걸리는 '감사 인사' 현수막
하지만 이렇게 현수막을 치운 자리에는 또 현수막이 걸리기 일쑤입니다.

당선자는 당선됐다고 낙선자는 낙선됐다고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하는 현수막을 걸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다음 날부터 13일 동안 답례 현수막을 걸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전국에서 버려지는 현수막만 1,500톤 안팎입니다.

정부는 이번 선거 때도 250만 장이 넘는 현수막이 버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철거한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장으로 보냅니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선거 현수막···"정보 전달 효과보다 공해에 가까워"
정부가 폐현수막을 가방이나 우산 등으로 재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선거 때 쓰인 현수막은 그마저도 어렵다는 게 현장 공무원들의 말입니다.

김현태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 주무관 "재활용하면 좋은데 후보자들 얼굴이라든지 정당명이 명시가 돼 있다 보니까 정당 쪽에서도 재활용 업체 쪽에서도 난색을 표하셔서 재활용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 폐기 처분하는 걸로··· 에코백이라든지 여러 가지 재활용하는 방안이 있는데 그건 인건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폴리에스터나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만들어지는 현수막은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규모 현장 선거 유세도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사방팔방 내걸리는 현수막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요즘 시대에 현수막은 정보 전달 효과보다 공해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도심 경관과 미관을 해치고 때론 주민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매출하는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이 과도하게 현수막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손은민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