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개발사업도 중단되거나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심 한가운데에 방치되는 빈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쓰레기 불법 투기는 물론이고, 각종 범죄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변예주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 도심의 한 주택건설사업 구역입니다.
대문은 뜯겨 나갔고 유리창은 깨진 채 널려 있습니다.
포댓자루에는 건축 폐기물이 가득합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CCTV가 작동 중이지만, 이렇게 소파와 선풍기 등 불법 폐기물들이 잔뜩 쌓여 뒤엉켜 있습니다."
건축폐기물에 생활 쓰레기까지 출처 불명의 쓰레기는 계속 쌓여갑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곳곳에 버려져 파리가 들끓고 악취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유태자 주택건설사업 구역 주민▶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오물 냄새가 온 동네를…"
더 큰 문제는 일대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건물 안에 들어와 봤습니다. 이렇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보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 수 없습니다."
사업 구역 안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던 한 남성은 나뭇가지를 모으더니 불을 피웁니다.
돈이 될 만한 고물을 훔쳐 가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직 이주하지 못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현우 주택건설사업 구역 주민▶
"2년이 지난 상황에서 주민들 대부분이 이사 간 상황에서 방치하고 있으니까 남아있는 사람이나, 우리뿐만 아니라 화재라든지 치안이라든지 되게 불안합니다."
이렇게 방치된 면적은 6만 7,050여 ㎡, 축구장 9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천여 세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민간 시행사가 2020년부터 땅을 사들였고 이주도 90% 넘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대구시 사업계획승인이 나지 않고 있고 건설 업계 침체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면서 개발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시행사 관계자▶
"사업비 조달이 안 되는 상황에서 지금 철거나 이런 걸 (미리) 진행할 수는 없고요."
사유지라 지자체 관리나 경찰 순찰에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지자체 관계자▶
"저희가 사유지는 우리 행정청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사항이 없어서···"
사업 구역 밖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김봉규 주택건설사업 구역 인근 주민▶
"이웃에 살지만, 거기 밤에 가면 성인들도, 성인 남자들도 가기가 썩 유쾌한 곳이 아니라서 자주 안 가는 편이죠."
대구시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자 2023년 초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면 보류를 선언했습니다.
사업 승인이 나고도 착공조차 못 한 곳도 적지 않아 방치된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에 개발사업이 늦어지면서 도심 우범지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