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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진료·산후조리' 내몰리는 경북 산모들

◀앵커▶
경북에는 산후조리원은 물론 아직 외래 산부인과조차 없는 지역이 절반이 넘습니다.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실이 없어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큰 도시까지 가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경북의 아이 낳기 힘든 현실, 엄지원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안동의 한 종합병원 외래 산부인과.

부른 배를 감싸 쥔 예비 엄마들이 진료를 기다립니다.

대기는 필수입니다.

◀임산부▶ 
"한 시간은 그냥 기본이에요. 거의 두 시간 정도·· 예약이 안 돼서 무조건 오면 선착순으로"

산모들이 사는 지역도 제각각입니다.

안동과 도청 신도시는 기본이고, 영주와 예천, 의성, 멀리 영양에서 온 산모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자▶
"몇 시간 걸리죠, 영양에서?"
◀임산부▶
"한 시간···"
◀기자▶
"서둘러서?"
◀임산부▶
"그렇죠. 
예약 한 시간 전에 와야 하니까···"

'원정 진료'를 오는 이유는 단 하나.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북에는 외래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시군이 청송, 영양, 봉화 등 6곳.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실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시·군은 문경, 의성, 영덕 등 6곳입니다.

경북 22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곳이 분만 취약지인 셈입니다.

도청신도시에도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임산부 경북도청 신도시 거주▶ 
"(도청)신도시 쪽은 아예 없어서 이제 여기 안동으로 나오거나 하죠. 거기는 아기들이 많거든요. 임신한 분들도 많고 근데 없어서 많이 불편하죠."

산모에게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산후조리원은 더 열악합니다.

경북의 민간 산후조리원은 5개 시군에 11곳뿐이고, 민간의 반값 수준인 공공산후조리원은 울진과 김천 단 두 곳에만 있습니다.

울진과 김천에 이어 경북 세 번째인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은 2024년 1월쯤 개원해 운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경북 최대인 13실 규모로 장애인 산모, 다둥이를 출산한 산모를 위한 넓은 객실이 따로 있고, 황토방과 운동실, 정원 등을 갖췄습니다.

이용료는 2주 기준 180만 원 선이고, 취약계층과 시도민 감면 혜택도 있습니다.

벌써 상주는 물론 인근 지역 임산부들의 입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선 상주시 보건증진과장▶ 
"출산가정에 경제적 부담 경감과 운영 활성화를 통해 경북형 공공산후조리원의 롤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천군 공공산후조리원도 2024년 하반기, 영주는 2025년에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안동의 상황은 어떨까.

성소병원 한 곳만 10실 규모로 조리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안동시 출생아 수는 676명, 그중 33명의 산모만이 이곳을 이용했습니다.

대부분 '원정 산후조리'를 떠난 겁니다.

◀김가영 안동 거주 산모▶ 
"퇴원하면 바로 산후조리원 대구로 갈 예정입니다. 안 그래도 (신생아 데리고) 한 시간 넘게 대구까지 가야 하니까 걱정도  되기는 한데··· 주변에 들어보면 칠곡도 많이 가고 대구도 가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4년 전 안동병원 산후조리원의 폐업도 지역 내 '원정 조리'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리모델링이 끝났지만 산후조리 인력을 구하지 못해 재개원 시기는 불투명합니다.

◀김선희 안동병원 간호부장▶ 
"신생아 중환자실, 어린이 병원 등 임상에서 충분히 경험한 수준 높은 의료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 오픈이 지연···"

경북 북부 거점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성하겠다던 안동시 계획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안동시의회는 9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산후조리원 부지 매입비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적자 운영이 뻔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시설 조성부터 운영까지 시군 지자체가 맡아야 하는 공공조리원의 특성상, 지자체별 재정 여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새롬 안동시의원(더불어민주당)▶ 
"공공산후조리원이 80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 더 싸긴 싸요. 근데 그만큼 그 재정과 전체적인 운영 비용에 있어서는 고스란히 지자체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입니다."

하지만 공공조리원 설립 명분 또한 선명합니다.

◀김병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소멸의 대응 노력으로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주체가 지방정부가 됐든 중앙정부가 됐든 출산 친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복지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 절벽 속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출산·산후조리 국가책임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최재훈)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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