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생태계 교란종인 큰금계국의 씨를 대량으로 뿌려 수 십만㎡ 군락지를 만든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부근에서는 우리나라 고유 식물들이 사라져 생물종 다양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생태계 교란종이 고유 식물을 파괴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방치하고 있을까요?
심병철 기자가 그 실태를 고발합니다.
◀기자▶
수 십만㎡ 넓은 평지를 노란색 꽃으로 물들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북미 대륙이 원산지인 큰금계국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초원을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경북 구미시 고아읍 낙동강 변 해평습지의 한 부분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에는 큰금계국의 꽃이 피어 온통 꽃밭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보기에는 예뻐 보이지만 우리나라 생태계에는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러해살이풀인 큰금계국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생태교란종으로 한 번 자리 잡으면 다른 식물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큰금계국은 종자뿐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해 생명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 해평습지에 서식하던 갈대와 물억새, 쑥류, 패랭이꽃류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 식물은 지금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이 고수부지에 있어야 할 쑥 종류 그리고 패랭이꽃 종류, 그다음에 비수리 종류 이런 야생에 있어야 할 우리 고유 식물들이 제 현재 눈에서는 하나도 안 보입니다."
큰금계국은 자신의 서식지 주변 생태계에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큰금계국 군락지 꽃은 벌과 나비를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고유 식물들 꽃들에 올 벌 등이 찾아갈 빈도나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벌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수정해서 꽃가루받이를 통해서 종자 생산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죠. 거기에서 벼랑에 내몰린 희귀식물, 우리 고유 식물이 더욱더 희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큰금계국은 왜 이곳에서 우점종이 되었을까?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 변 탐방로 조성을 하면서 보기 좋게 하려고 주변에 대규모로 씨를 뿌려 큰금계국 군락지가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생태계에 치명상을 주는 생태교란종의 군락지를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만든 겁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환경부는 공식적인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대로 방관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
"구미시에서는 이거를 지금 처리를 못 한다고 하세요. 그 이유가 이 큰금계국이라는 게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구미시에서는 가시박만 처리하고 있대요."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큰금계국을 침입 외래식물로 규정하고 번식을 막고 토종 식물을 지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큰금계국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환경부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직무 유기를 주장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재두루미, 흑두루미 도래지 그다음에 겨울 철새들 도래지로서 중요한 습지입니다. 그래서 거기를 습지 보호구역으로 하루빨리 지정을 해서 (보존을 해야 한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큰금계국이 더 이상 번식하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 식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