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장이 직원들 책상에 몰래 부적을 붙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액운을 쫓는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런데, 이 관장은 직원들에게 사적 심부름까지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수성구청은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양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0월 4일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 팀장 두 명은 인사 발령으로 자리를 옮긴 뒤 황당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자신들의 책상 아래쪽에 A4 용지만 한 크기의 노란 부적이 각각 붙어 있었습니다.
부적의 의미를 파악한 직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수성구 모 도서관 A 직원▶
"이렇게 물어보니까 점집 같은 데 가서. 이게 "머리끄덩이를 잡고 휘어잡으려고 하는 뜻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대요. 갑질하고 괴롭힘을 하고 싶어서 그 부적을 사용한 거라고 직원들은 해석할 수밖에 없잖아요."
직원들은 도서관을 관리하는 수성문화재단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범어도서관장은 재단에 알린 사실을 가지고 직원들을 문책했고, 부적을 다시 가져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직원들이 부적을 붙인 사실과 이유를 따지자 관장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결국 붙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도서관장은 "기관장은 그럴 수 있다.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성문화재단은 이에 대해 도서관장이 주술적인 의미로 붙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직원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고, 지난해 도서관에서 안타까운 일이 많이 생겨 액운을 쫓기 위해 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성문화재단 고위 관계자▶
"관장으로서 부담이 되는 거라. 우리 도서관에서 이런 사고가 있으니까. 화가 스님인데 그분한테 부적을 받은 것···"
도서관장은 갑질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작성한 고충 신고 내용을 보면, 관장이 개인적인 꽃 배달을 시킨다든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 등이 폭로됐습니다.
임신해 단축 근무를 신청했지만 업무 분장이 없어 한 번도 일찍 퇴근해본 적이 없고, 심지어 시간외근무까지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수성구 모 도서관 B 직원▶
"직원들 입장에서는 저도 그렇고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생각도 들고."
수성문화재단 산하 도서관 3곳 직원 54명은 관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도서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출근길부터 기다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휴가를 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도서관장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수성문화재단은 직원들과 분리하기 위해 관장에게 자택 대기를 명령했습니다.
수성구청은 감사를 벌인 뒤 관장에 대한 인사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