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하면서 주민 의견은 배제된 채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 6월18일 해드렸습니다.
주민 의견은 여론조사로 대신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홍준표 시장은 평소 여론조사 무용론을 제기해 왔습니다.
현행법에서도 지자체를 통합할 경우 주민투표나 의회 동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의회나 경북도의회,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모두 일당 일색인 상황에서, 주민투표조차 하지 않을 경우 형식적 과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조재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하자면서 시도민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여론 조사를 주장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5월 20일 기자간담회)▶
"여론조사를 해서 일정 수준의 여론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그런 특별법으로 가는 절차밖에 없지 그걸 굳이 주민투표 운운해가지고 하려면 수백억이 들고"
그런데 홍 시장은 평소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행정통합 여론조사를 제시하고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2017년 대선 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만들어주기 위한 작위적인 여론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총선에서도 그러한 경향성을 봤다며 여론조사 무용론을 제기했습니다.
현행법에서도 행정통합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 사항은 주민투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법은 8조에서 지방자치단체 폐지나 설치, 나누거나 합치는 경우에도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지방자치법에는 지자체 통합 때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한 경우에는 의회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법률로 시도민 전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2가지 방법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민투표는 직접 전체 주민 의견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대구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여론조사로 대체하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의기관인 의회 의견만 구하겠다는 건데, 이것 역시 요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현재 대구시의원 32명 가운데 민주당 1명을 제외한 31명 모두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경북도의원은 59명 가운데 민주당 2명, 무소속 2명을 제외한 55명이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사실상 일당 체제에서 같은 당 출신인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행정통합 추진에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굉장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입니다. 지금 구성되어 있는 의회의 특성이나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주 편리하게 그냥 일을 빨리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4년 전 행정통합 추진 때도 지역별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번에는 그마저도 생략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전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
"대구시민의 의견은 배제하고 행정이 독단적으로 가겠다라는 취지로 읽히고 그런 식으로 갔을 경우에는 무조건 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합치게 되면 통합의 긍정 효과와 함께 여러 부작용도 불가피합니다.
지역과 연령, 계층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주민 의견은 평소 불신하던 여론조사로 대체하고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면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재한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