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테크노폴리스 단지 한 가운데는 8년째 방치된 땅이 있습니다. 면적은 1만 5,853㎡로 도시개발 계획상 병원 터였지만 병원 건설은 삽도 뜨지 못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구 테크노폴리스 병원 터, 8년 방치되면서 '부르는 게 값'
2014년 5월, LH는 병원 터를 일반인 12명에게 헐값에 분양했습니다. 분양가는 93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2년 뒤인 2016년 7월, 소유자는 12명에서 두 명으로 줄었고 2020년, 6년 만에 땅값은 250억 원으로 약 세 배가 뛰었습니다.
양관희 기자 “250억이라는 금액도 처음 입주 계약을 진행했던 의료법인 관계자와의 계약에서 계약상 거론된 금액이고, 이미 계약 2년 전인 2018년 인터넷 부동산 광고에는 매매가격이 340억 원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게 들어봤더니 현재 시세가 480억 정도라고 하고, 2027년이 되면 이 앞에 지하철이 들어서기 때문에 이보다도 두 배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경자청과 LH, 관계 기관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3.3㎡에 195만 원이던 곳이 2천만 원 이상으로, 열 배 이상 뛸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요. 의료기관이 들어서야 할 곳이 8년째 방치되면서 결국 투기의 대상이 되는 동안 관계기관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책임기관은 경자청, 즉 경제자유구역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즉 LH 두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자청은 사업의 책임자, LH는 사용 용도에 맞게 분양하는 업무를 합니다. 즉 경자청이 개발계획을 하고 승인하면 LH가 시행사로 개발이 이뤄질 땅을 직접 분양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병원 터는 도시 지원시설 용지로 ‘관련 법령에 의거 해당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자‘에게 분양 처분해야 하는 곳입니다. 경자청의 입장은 ‘해당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자‘는 의료인이나 의료 법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LH가 해석하는 ‘해당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자’는 병원을 세울 능력이 되는 비의료인도 포함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무락 변호사 “사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경우처럼 비의료인이 의료시설 용지를 분양받아 병원을 짓는 것도 아니고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형식적으로 법을 적용해 병원 개설 대신 전매 따위나 하게끔 한 LH의 처사는 사실상 탈법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받기 충분합니다.”
시민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어서 싼값에 분양했지만
국가에서 테크노폴리스처럼 계획도시를 만들게 되면 의료시설이나 학교시설처럼 꼭 필요한 공공장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게 됩니다. 실제 이 병원 터 주변 아파트 지구의 3.3㎡ 분양가는 6백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병원 터는 1/3 정도에 분양된 겁니다. 그런데 93억 원이던 병원 터는 지금은 땅값으로만 250억 원에서 300억 원을 부르고 있습니다. 종합병원을 짓는 비용만 최소 천억 원이 든다고 하는데 땅값이 너무 올라 이 땅값을 감당하면서 병원을 지을 수 있는 의료법인이나 의료인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관희 기자 “2021년에 일반 법인 한 곳이 경자청에 병원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업시행자 요건을 못 맞춰서 정식 문서가 접수되지는 않았습니다. 도심 중앙의 땅이 오랜 시간 비어 있으면서 오히려 우범지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주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석 달 동안 응급환자 160명이 30km 밖의 병원으로
테크노폴리스가 있는 달성군 남부권역에는 종합병원과 응급실이 하나도 없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19를 통해서 가깝게는 대구가톨릭병원, 멀게는 경북대학교 병원이나 동산의료원에 가야 합니다. 실제 최근 석 달 동안 30km 이상의 거리로 119가 출동했던 명세를 살펴봤더니 중부소방서는 한 건도 없었고, 다른 곳들도 3명에서 15명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달성소방서는 환자 160명이 30km 이상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는 전체의 76%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다른 구에서는 10분이면 될 것을 달성군에서는 3~40분이나 걸리는 현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 큰 원인일 것입니다.
김무락 변호사 “LH가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비의료인에게 의료시설 용지를 분양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돈 안 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LH가 별도의 수익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 또 제정한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법 해석을 통해 땅을 분양하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겠죠. 현재 논의되고 있는 LH의 조직개편 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LH는 뒤늦게 “앞으로 의료시설 용지를 공급할 때 첫 번째로 국가 및 지자체에 매수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두 번째로 의료법인이나 의료인에게 공급하겠다“고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이지만 늦게라도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절차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구 테크노폴리스에는 언제쯤 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까요? 또한 이 일은 어느 기관이 나서서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