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후 19개월 된 한 아기가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만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자칫 큰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응급상황에서는 119 구급센터에서 이송할 병원을 정하도록 한다는 대구시 대책이 최근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현장에서는 달랐습니다. 보도에 조재한 기자입니다.
◀기자▶
구미에 사는 30대 김 모 씨는 9월 2일 아침 6시 30분쯤 구미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생후 19개월 된 아이가 밤새 심한 복통을 앓고 혈변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선 '장중첩증'으로 보이는데 처치가 어렵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치료가 늦을 경우 장이 괴사할 수 있는 병입니다.
즉각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초음파를 찍을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소개했고 그 병원 역시 예약이 꽉 차 있어 당장 초음파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해 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 119에 치료 가능한 응급 병원을 요청했습니다.
◀119 구급관리센터▶
"대구 전체에서 소아… 지금 소아외과가 가능할 만한 곳은 00병원밖에 없어요.
00병원은 응급실 쪽으로 가면 되나요?
그렇죠. 지금 시간은 응급실밖에 안 됩니다. 지금 토요일이라서."
119 전화 뒤에도 한 종합병원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고는 119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119구급차로 찾은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19개월 아기의 아버지▶
"소방서(119)에서는 00병원 될 텐데 왜 계속될 거라고만 얘기하고 실제로 구급차 동원해서 같이 갔을 때도 이게(진료) 안 돼 가지고 여기(병원) 온 거거든요."
결국 오전 내내 5개 병원에서 진료를 어렵다는 말만 듣다 6번째 병원에서 가서야 사정 끝에 겨우 치료받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 이후 대구시는 대구 책임형 의료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의관 대구시 보건복지국장(8월2일 발표)▶
"(중증 응급환자는) 6개 (응급의료) 센터에서 모두 수용 응답이 없는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치료 이력, 이송 거리, 병상 상황 등의 기준에 따라 직권으로 이송 병원을 선정·통보하게 되고 선정된 병원은 환자를 수용하게 됩니다."
진료 거부로 응급실을 전전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책이었지만 정작 휴일 응급상황에서는 '응급실 뺑뺑이'가 여전했습니다.
MBC뉴스 조재한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