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해가 바뀌었지만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23년 초부터 각종 경제 지표들은 ‘제각각’이라고 할 만큼 혼란스러운데요, 먼저 고물가에 이은 고금리로 전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미국의 금리를 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락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면서 3.37%를 기록했습니다(1월 18일 기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문제는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도 하락하긴 했지만 4.08%로 장단기 금리차는 더 커졌다는 겁니다.
보통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지만,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오면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판단하는데요, 미국 10년물 국채는 주로 경기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데 앞으로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면 주식 등 위험 자산 수요가 늘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요가 줄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릅니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떨어지는데, 지금 떨어지고 있는 거죠.
미국에서는 1960년 이후 15번에 걸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허투루 보아 넘기기 힘든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엇갈리는 전망들
이미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가까워졌다며 10년물 국채 금리는 금리 인상이 종료되면 3%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또 2022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연준의 전망과 달리 결국 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제 지표들이 연준의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다, 이렇게 본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 대해 미국 연준은 여전히 고금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미국 경제는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 감소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이미 둔화하고 있고 결국 경기 침체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겁니다.
경기 침체 전망을 반영하더라도 시장금리가 너무 낮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5%인데 장단기 국채 금리가 0.4%에서 1%포인트 이상 더 낮은 상황인데, 미국의 국채 금리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국채 금리는 추가로 더 떨어질 텐데 향후 물가 하락 정도와 경기의 흐름이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전망이 엇갈리다 보니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다, 아니다 이제 그만 올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은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요.
미국의 물가, 소비, 생산 등이 다 중요하겠지만,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를 가름하는 지표는 아마도 고용지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의 딜레마
우리나라 시장은 어떨까?
미국보다 더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봅니다.
가계 부채, 부동산 거품 붕괴가 발생한다면 이는 곧장 금융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IMF 등은 한국의 가계 부채와 부동산 위험을 경고한 바 있죠.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지난 2020년 GDP를 넘어서면서 OECD 최고 수준인데요, 가계 부채는 규모도 문제지만 금리 인상, 부동산 거품 문제가 생기면 매우 위험해집니다. 당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워낙 부동산 관련 규제가 많아 그동안에는 거래가 힘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나마 당장 파산 상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때를 들어 비교하는 의견들이 있던데, 그 당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정된다 싶자 불황이 찾아왔죠.
경제가 성장하기도 힘든데 성장하자니 물가를 잡아야 하겠고 성장한다 하더라도 고용 없는 성장이니, 딜레마라 하겠습니다.
부동산 거품 꺼질까?
당장 시장에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가치 하락입니다.
심지어 80~90년대 일본과 비교하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나라를 30, 40년 전의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그 당시 일본이 경제 대국이었다지만 지금 우리의 규모나 여건과는 많이 다르니 말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하고 나서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특히 '깡통 전세난'과 '거래 절벽'은 위험한 신호로 보입니다.
대구만 해도 2023년 3만 6천 가구, 2024년까지 2년 사이에 6만 가구가 새 아파트에 입주를 한다고 하니 꽤 위험해 보입니다.
6만 가구 가운데 절반은 살고 있는 집을 팔지 않아도 입주한다고 치더라도 2년 사이 아파트 등 주택 매물이 3만 가구가 쏟아진다면 문제는 문젭니다. 과거 위기 때처럼 입주 포기가 나올 수도 있고 이런 현상이 많아진다면 시행사, 건설사가 문제가 아니라 돈을 대준 금융기관이 문제가 되겠죠.
부실 위험에 노출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줄이고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도화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복합위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10년 뒤 금융위기, 그리고 다시 찾아온 이번 위기는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복합위기’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가 실물 위기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과거처럼 '버티면 이긴다'는 식으로는 버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빌라 왕'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대출 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이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춘다든가, 담보인 부동산을 채무자에게 유보하는 조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에 경기는 나쁜 이런 시기에는 특히 소상공인들, 중소기업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클 겁니다.
이들을 위해서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보증을 서는 식으로라도 도미노 부실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안정될 때까지 경제 주체들이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나마 위기에 따른 위험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게 국내와 해외, 금융과 실물 경제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했는데요, 여기서 빠진 것이 지정학적 위험 일명 'Black Swan' 같은 충격입니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모두들 알고 있는 미중 갈등, 양안 갈등, 북한의 위협 같은 사안들이 구체화 되거나 현실화한다면 혼란 속에 안정을 향해 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긴 합니다만 불확실하며 예측조차 쉽지 않은 경우의 수를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대비는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입니다.
고물가에 따른 금리 인상의 충격이 가시화되는 요즘, 그 충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거기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고 적어도 3월까지는 지켜봐야 2023년 큰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