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3년 기록적인 폭우로 20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던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7월 7일 밤부터 200mm가 넘는 물폭탄이 다시 쏟아졌습니다.
다리가 잠기고 도로가 끊기면서 고립된 주민들이 속출했습니다.
9일까지 최대 100mm의 비가 더 내린다는 소식에 주민 190여 명은 이틀째 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김경철 기자입니다.
◀기자▶
금방이라도 넘칠 듯 무서운 속도로 흐르는 강물 옆 고추밭이 진흙으로 완전히 뒤덮였습니다.
밤사이 상류에서 떠내려온 농자재가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를 이뤘습니다.
8일 새벽, 안동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두 개 마을 19명의 주민이 고립됐습니다.
11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나머지 8명은 집 앞까지 밀고 들어 온 하천물을 피해 지붕 위에까지 올라가며 가까스로 버틴 끝에 소방당국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손희준 안동시 임동면 위리 주민▶
"순식간에 우리 마당에 현관까지 차버렸어요. 집에 애완견도 있고 해서 (애완견) 안고 지붕 위에 올라가서 (새벽) 2시 50분쯤 올라가서 6시 반까지 있었지 싶어요."
옷 한 벌 챙기지 못한 채 겨우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도 있습니다.
◀송인창 안동시 임동면 위리 주민▶
"토지 농사지은 거 침수 다 되고, 사람은 억지로 대피해 나오고, 그래서 위1리 회관에 60명 정도 있어요.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게 걱정이라···"
하천을 따라 조금 더 상류에 위치한 영양군도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새벽 한때 시간당 55mm의 폭우에 하천 둑이 무너져 내리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집도 2채가 산산조각 났습니다.
◀허미숙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
"물둑 자체가 넘어버려서 (새벽) 3시부터 시작해서 3시 30분 사이에 완전 동네가 물에 다 잠겨버렸어요."
◀김춘자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
"자다 일어나서, 아주머니 하나 와서 깨워서 그렇지 안 깨웠으면 죽었어요. 이제 와 보니까 전기도 하나도 없고, 다 가버리고 없고."
호우가 집중된 안동과 영양 등 경북 북부에서 24개 도로가 침수되거나 낙석 피해를 입으면서 통행이 통제됐습니다.
산에서부터 휩쓸려 내려온 토사물이 배수로를 막으면서 안동과 영양을 잇는 도로가 침수돼 응급 복구가 진행 중입니다.
◀한기수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마령리▶
"(영양)군청에 계신 분들 출동해 가시다가 차량이 여기서 물에 휩쓸려서 못 가고 견인해서 오전에 빠져나갔고. 임하댐 수몰되면서 여기 온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월요일 수업을 준비하던 학교들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흙탕물이 고등학교 특별실 안까지 치고 들어와 성인 허리 높이까지 침수됐습니다.
◀강중호 안동 수해 피해 고등학교 교장▶
"당장 수업해야 하는 (2층) 쪽에는 전기를 끄고 정규 교실에서만 하도록, 특별실에선 수업을 안 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안동의 또 다른 여고 강당은 뒷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강당 외벽이 뻥 뚫렸습니다.
영양의 한 초등학교는 급식소가 침수돼 점심 급식이 중단되는 등 4개 초·중학교가 휴업을 하거나 수업을 일찍 마쳤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상주 240mm, 안동 234, 영양 231mm 등을 기록 중입니다.
오후에 해제됐던 호우특보가 밤사이 다시 발효될 수 있다는 예보에 경북 북부 주민들은 오늘도 뜬 눈으로 불안한 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