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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헴프 '규제자유특구'···7개 기업 짐 싸

◀앵커▶
'헴프'라고 불리는 '산업용 대마'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분야 신성장 산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경북에 3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해 대마의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규제자유특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특구 내에서도 규제가 많다 보니, 최근 참여 기업 일부가 사업을 포기하고 헴프 특구를 떠나고 있습니다.

어떤 속 사정이 있는 건지, 김경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상북도가 9월 정보공개 사이트를 통해 올린 공고문입니다.

헴프 규제자유특구에 추가로 참여할 기업과 특구 사업을 그만두고 떠날 기업의 명단이 담겼습니다.

새롭게 참여할 기업은 4곳인데, 헴프 특구에서 짐을 싸는 기업은 이보다 많은 7곳이나 됩니다.

스마트팜에서 대마를 재배하는 기업 4곳과 재배한 대마에서 약용성분 CBD를 추출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 3곳이 철수하는 건데, 교촌과 유셀파마, CTC바이오 등 굵직한 기업들의 이름도 포함됐습니다.

기업들이 헴프 특구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해당 문건에는 '기업 내부 사정'이라 모호하게 적혀 있지만, 실상은 정부의 대마 규제 개선이 지금껏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에선 좀처럼 헴프 사업화 기회를 찾을 수 없다고 기업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헴프 특구 해지 기업 관계자▶ 
"돌파구는 없는데 돈을 무조건 쓰라고 하니 기업들 입장에서도 조금 난감하죠. 돈 쓰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고요. 규제자유특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막힌 부분이 너무 많은 거죠."

규제자유특구 내에서도 규제가 많은 데다, 관리·감독 기관에 보고해야 할 행정 업무까지 많다 보니, 아예 특구에 참여하지 않고, '마약류 학술허가'를 받아 헴프 연구를 하겠다는 기업도 있습니다.

◀헴프 특구 해지 기업 관계자▶ 
"저희가 지원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합당한 보고를 하는 건 맞거든요. (그런데) 똑같은 보고를 몇 번씩 드려야 하고, 그러니까 자료도 각각 다 작성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헴프 특구에 460억 원이 넘는 정부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정작 기업들은 헴프 사업을 해외에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헴프 특구 해지 기업 관계자▶ 
"저희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무조건 해외 쪽밖에 노릴 수 없습니다, 지금. 국내가 이렇게 묶여 있는 한 그거는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행 헴프 특구 내에도 '대마의 CBD 성분으로 만든 원료의약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특례가 있어, 형식적으로 헴프 사업화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CBD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려면 국내는 물론이고 수출하려는 해외 국가에서 GMP, 즉 '우수 제조 관리 기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준비 기간도 오래 걸립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마 규제 개선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GMP 시설에 투자할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기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기업들은 (대마) 규제가 풀릴지, 안 풀릴지도 모르겠고,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데,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GMP 시설을 구축하고 할 수가 있냐, 그 리스크를 다 감당을 못하겠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떠나는 거죠."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몇 가지 금지 사항을 뺀 다른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글로벌 혁신 특구'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경상북도는 최근 글로벌 혁신 특구 공모에 '산업용 헴프'를 또다시 신청했는데, 현행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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