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된 지 42일 만에 해제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환경 당국은 향후 기상 상황에 따라 녹조가 재증식 할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면서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구 시민 식수원'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 조류경보 '경계' 42일 만에야 해제···역대 최장 기록
낙동강 강정고령 유역의 물은 지난 8월 말 환경단체와 대학의 공동 조사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WHO의 '물 접촉 활동' 권고치의 75배나 됐습니다.
그만큼 녹조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환경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을 통해 '경계' 경보가 한 번 해지되었다가 다시 발령된 것으로 엉터리로 공개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은 8월 22일 유해 남세균 숫자가 ㎖당 14만 4,375개로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됐습니다.
10월 2일 조류경보 '경계'가 해제되면서 발령일 42일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금까지 최장 '경계' 발령일 수를 기록한 2022년의 35일보다 7일이나 더 많았습니다.
강정고령보 지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WHO의 '물과 접촉할 수 있는 활동' 권고치보다 75배 높아
이런 가운데 낙동강네트워크와 부경대학교가 올해 여름 낙동강 물을 조사한 결과 8월 29일 기준 강정고령보 지점의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1,500ppb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WHO의 '물과 접촉할 수 있는 활동' 권고치 20ppb를 75배나 높은 수치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9월 30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와 환경부의 무대응과 무책임을 규탄했습니다.
정유진 '대구 팔거천지킴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이 대구 시민의 기본 권리가 아니란 말입니까? 녹조 독으로 건강이 망쳐지면 누가 책임을 지나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쌀·상추·배추·무·오이·고추 등에도 기준치 훨씬 초과하는 녹조 독소 검출···"낙동강 주변 농산물, 녹조 독소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낙동강네크워크가 부경대와 지난 3년 동안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쌀과 상추, 배추, 무, 오이, 고추 등에도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녹조 독소가 검출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녹조 독소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떠다니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강호열 냑동강네트워크 대표는 "낙동강 대구 인근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녹조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대구시에 강력히 항의하고 윤석열 환경부도 규탄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다시 한번 재촉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와 대구시는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안전하며, 공기 중에 녹조 독소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정수 과정 거친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환경부···조류경보 발령 사실 엉터리 공개
그러면서도 환경부는 조류경보 발령 사실을 엉터리로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환경부의 물환경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강정고령 지점에 '경계' 경보가 내려진 9월 9일 '미발령'으로 잘못 알린 것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으로 이게 입력되는 게 아니라 좀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 중 일부에서 누락되거나 하면 이게 저희 공개할 때 잘못 나가는 경우가 한 번씩 생깁니다.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경계가 좀 많았어 가지고 저희가 누락했나 봐요."라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 조류경보 '경계' 내리면서 매뉴얼 무시
환경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8월 22일 조류경보 '경계'를 내리면서 매뉴얼을 무시하면서 부적절하게 대응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경계' 경보를 발령하면서 주민들에게 낙동강에서 잡힌 어패류를 먹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고지까지 하도록 하는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물 환경보전법에 따라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지방환경청 등은 즉시 어패류 어획과 식용, 가축 방목 등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현수막 등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장은 8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경계 발령을 고지하면서 친수 활동만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어패류 어획과 식용, 가축 방목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하지 않았고 현수막 등으로 고지하지도 않았습니다.
대구문화방송 취재진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대구지방환경청은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도 이거를 고지했으면 가장 논란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사실 저희가 보도 자료 낼 때는 이 내용이 사실 빠져 있었던 것을 몰랐어요. 저희도 그때 확인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녹조 독소의 경우 어패류 등의 몸에 잘 쌓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독소 전공)는 "물에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어패류 몸에 남아 있게 되는데요. 특히 식용 범위에 남아 있게 되면 위해성이 있어요. 즉 사람의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좀 세부적으로 조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은 경계 발령이 내려진 지 한 달이 넘도록 권고 사항을, 대중매체를 통해 알리지 않았습니다.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류경보제'를 환경 당국이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옹호하기 위해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을 꺼리고 녹조 독소 위험성을 축소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