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회적경제는 불평등과 빈부 격차, 지역 공동체 재생 같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만 2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는데요.
2024년 정부가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보조금 의존도를 낮춰 자생시킨다는 명목하에 국비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면서 경북 도내 사회적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예천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코를 찌르는 악취 속 집 안에 흩어져 있던 가재도구와 폐기물이 마대자루에 담겨 집니다.
고독사로 빈집이 된 곳을 방문해 철거하는 유품 정리 대행업체 직원들인데, 모두 안동에 귀향한 이삼십 대 청년입니다.
◀임종재 '천국박스' 직원▶
"고향에 잠깐 왔었는데 그때 고향이 주는 편안함이 좋더라고요. 고향에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남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고···"
이 예비사회적기업은 빈집 철거에 그치지 않고 빈집을 활용한 도시 재생을 지향합니다.
빈집을 개조해 워케이션 등 도시민의 장기 체류 숙소와 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건데, '빈집 재생' 1호가 3월 문을 엽니다.
◀황상문 '천국박스' 대표▶
"5년 정도 해외에 살다가 들어왔는데 지금, 이 공간이 완전 폐가가 돼 있었어요. 이걸 보다가 마음이 아파서 동네 친구들이랑 정리하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숙박, 관광 서비스로 지역을 많이 알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사업 윤곽이 그려지고 있지만, 부쩍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정부가 2024년 사회적경제 예산을 4,851억 원으로 2023년보다 56.7%나 삭감하면서, 핵심 지원인 일자리 창출 사업, 인건비 지원이 2024년 하반기 끊기는 겁니다.
◀황상문 '천국박스' 대표▶
"일반 사기업과는 다르게 지역공헌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다 수익적으로만 고려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이런 게 인건비적으로 해소가 됐을 때 저희가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되는데 그게 잘 안돼서 아쉽습니다."
국비 삭감 비율은 사업별로 다른데, 적은 곳은 60%에서 많은 곳은 100%, 그러니까 사업이 폐지된 경우도 있습니다.
국비가 대거 삭감되면서 이에 대응해 편성하는 경상북도와 시군 예산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4년 경상북도의 사회적 경제 예산은 166억으로 지난해보다 43% 급감했습니다.
사회보험료와 사업개발비 지원, 지역 특화사업 발굴 등은 국비·지방비 모두 1원도 편성되지 못했습니다.
그간 최대 5년까지 지원해 왔는데, 이번 삭감으로 사회적경제에 막 뛰어든 초기 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1,800여 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있는 경상북도는 일부 자체 사업을 증액하고,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컨설팅 등 간접 지원이 주를 이루는 상황.
◀손영글 경상북도 사회적경제팀장▶
"우수 유망기업 성장 지원, 경영 혁신 및 자립 경영지원 등 도비 자체 예산 7억 원을 신규로 편성해서 우리 도의 사회적 기업이 자생능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국제적 흐름에 따라 정권 성향을 막론하고 사회적경제 지원을 확대해 온 우리나라.
이번 정부 방침을 계기로 그간 쌓아 올린 사회적경제의 토대가 흔들리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그래픽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