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대구MBC에 대한 취재 거부 9개월째
2023년 5월 1일 대구시가 대구MBC의 특정 보도를 문제 삼아 취재 거부를 시작했습니다.
9개월째입니다.
당시 시사 프로그램에서 대구경북 신공항 관련 내용을 다뤘는데 왜곡이라고 주장하면서입니다.
취재 거부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구MBC는 산하기관에까지 취재 거부를 지시한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대로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법적 다툼이 진행되자 대구시 입장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슬그머니 취재 거부 취소?···일부 직원에게 이메일 보내
2024년 1월 19일 대구시 공보관 명의로 대구시 일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취재 비협조'를 언급한 2023년 5월 1일에 발송한 메일은 신공항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한 사과와 상응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데 취한 '공보관실의 입장'이었다"면서, "대구MBC 취재 요구가 있을 시 부서 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시정 홍보 필요성에 근거해 대응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찰의 명예훼손 무혐의 판단 등에도 취재 거부라는 기조를 유지하던 대구시가 입장에 변화를 보인 겁니다.
취재 거부 취소 맞나?···대구시 공보관, 취재진 전화도 안 받아
그런데 정작 이메일을 보내고 취재 거부가 아니라는 공보관실에서는 확인하기 위한 대구MBC 기자의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보관실은 대구시에서 언론사 취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곳입니다.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취재 거부를 철회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이메일은 왜 보냈을까?
이메일을 발송한 날짜는 1월 19일입니다.
법원에서 한 차례 가처분 소송 심리가 있고 난 뒤인데요.
재판부는 가처분과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담은 서면을 1월 16일까지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대구시는 착오였다면서 기존에 제출한 서면을 철회하더니 앞서 언급한 이메일을 보냈고 이걸 근거로 취재 거부가 없다며 다시 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취재 비협조를 언급한 공지 사항을 철회한 만큼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일단 법적 판단만 피하고 보자는 '꼼수' 대응
가처분이 각하된다면 다시 취재 거부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욱이 취재 거부 공지가 '공보관실' 입장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은 홍준표 시장과의 관련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가운데 슬그머니 '공지'만 바꾸며 취재 거부는 없다는 대구시, 법적 판단만 비켜나 보려는 꼼수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홍준표 시장 지시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대구시는 왜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시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걸까요?
홍 시장은 공개적으로 취재 거부를 강하게,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우선 취재 거부가 시작된 2023년 5월 1일 홍준표 시장의 페이스북을 보면요.
홍 시장은 대구MBC가 여러 차례 왜곡, 편향 보도에도 참아왔지만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을 짓밟는 작태를 바로 잡겠다며 취재 거부 뜻을 밝혔습니다.
같은 날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홍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취재 거부 등 강력한 대응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이죠.
당시 여러 언론에서 이런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취재 거부 공문에도 대구시장 관인 찍혀 있는데···
같은 날 대구시는 대구시장 관인이 찍힌 취재 거부 공문을 작성해 대구MBC에 보냈습니다.
공문 내용도 왜곡하고 폄하하는 보도, 500만 시도민 염원 폄하, 취재 거부 등 앞서 홍 시장이 SNS에서 밝힌 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긴급 공지로 사업소와 공사, 공단, 산하기관, 출자 출연기관까지 전 직원에게 '대구시 입장문'이라는 이름으로 대구MBC에 대한 전화나 방문, 인터뷰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단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 5월 2일 시장은 법적 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신청은 형식적 대응이라며 취재 거부라는 강한 대응의 뜻을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홍 시장 지시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구시는 취재 거부가 9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법원의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심리 과정에서 취재 거부는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취재 거부 공지도 공보관실 직원이 작성해 전파했을 뿐 홍 시장은 보고를 받지 못해 몰랐다는 겁니다.
대구시와 산하기관, 사업소, 출자 출연기관에 이르기까지 취재 거부를 하지 말라는 공지를 공보관실 소속 직원이 알아서 했다는 주장인데, 정말 그랬을까요?
공보관은 "대구시 방침이다"라고 밝혀
2023년 11월 7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 감사 녹취록을 보면 이런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임인환 위원장 "MBC 취재 거부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 것 같은데 이제 시의 취재 거부가 진짜 정당한 거부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시정책임자인 우리 시장님의 가치 판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론 피해 절차를 그런 데(언론중재위원회)서 거쳐가지고 정정보도를 또 요구할 수도 있고 그런데 그런 절차를 거쳤습니까?
정은주 공보관 "이번 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에 요청을 하진 않았습니다. 중재위에 해야 하는 게 꼭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었고 또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보니까 저희들이 즉시 대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왜곡·편파된 내용들이 일파만파 퍼져나갈 것을 우려해서, 사안의 중대성 이런 것을 감안해서···"
임인환 위원장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
정은주 공보관 "일단 저희들 뭐 대구시 방침으로 그렇게 결정을 했고요"
법원에서는 "공보관실 직원이 한 것이다", 의회에서는 "대구시 방침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몰랐다 주장하지만···반대 정황 곳곳에서 확인
공보관이 의회에서 이런 언급을 하고 3일 뒤 11월 10일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가짜뉴스만 양산하는 방송은 대구시로서는 계속 취재 거부할 수 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취재 거부는 자신뿐 아니라 대구시가 하고 있고 본인이 다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구시는 홍 시장이 대구문화방송에 대한 취재 거부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9개월간의 취재 거부 과정에서 반대의 정황은 많은 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