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져 졸업을 미루고 학교에 남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용 한파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대학 측이 '졸업 유예금' 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는데요,
지난해 경북대는 전국 대학 중 2번째로 많은 450여 명의 학생에게서 억대의 유예금을 받았습니다.
박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대학 4년 과정을 마치고도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에 졸업 이후 공백기가 길어지면 취업에 더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2022년 전국의 대학 졸업 유예생은 만 6천여 명,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9년 만 3천여 명보다 3년 만에 20%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용 한파에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룬 학생들에게 상당수 대학은 졸업 유예금까지 받았습니다.
주로 시설 사용료 등의 명목입니다.
전국 320개 대학 중 졸업 유예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은 225개교.
이 가운데 국·공립대 등 45개교가 등록금의 8~10%를 졸업 유예금으로 걷었습니다.
최근 지방 거점대학 국정감사에서도 졸업 유예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취업이 안 돼서 학교에 남아 있는데, 졸업 유예하려는데 거기에 유예금까지 대학에서 부과하는 것은 저는 과도한 조치라고 보거든요."
경북대의 경우 2022년 재학생 451명에게 등록금 8% 수준으로 1억 2천여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학생 1명당 평균 28만 원가량으로 사립대인 동아대 다음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유예 제도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에게 부과금을 받는 이유는 무분별한 신청을 막자는 의미도 있고요."
◀김헌영 강원대 총장(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최소한의 부과를 하는 거지. 절대로 예산 확보··· 1년에 기껏해야 4천만 원 정도, 학점 수강하는 것 다 포함해서요."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까지 유예금을 걷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학 측은 유예금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제도 유지하시겠다는 겁니까?"
◀홍원화 경북대 총장(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아니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폐지하시겠습니까?"
◀홍원화 경북대 총장(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현실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취업난을 겪는 학생들이 신청하는 제도를 대학이 재정 수입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면서 졸업 유예금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