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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안 되는 이유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법망을 벗어난 사각지대가 너무 많고 지원 대책도 비현실적이어서 피해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9월 15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집에서는 세입자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이 실행됐습니다.

집의 소유권을 가진 부동산신탁회사가 세입자들에게 집을 비워달라며 제기한 명도소송과 관련해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17가구가 지난 8월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지정됐지만, 6개월 뒤 명도소송 결과 법원이 신탁회사 손을 들어주면 집에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대구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의 경우 세입자들이 임대인 자격이 없는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주가 부동산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겨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없는 데도 신탁회사의 동의도 없이 불법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어도 임차인 자격이 없는 신탁 전세 사기는 경매와 공매 유예 대상이 아닙니다.

이처럼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신탁 전세 사기는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지정된 3,500여 명 가운데 약 15% 정도로 추정됩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은 피해자가 집을 사면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경락받거나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1.85~2.7%의 저금리로 4억 원까지 디딤돌대출을 해준다고 하지만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롭습니다.

부부 합산 소득이 7천만 원 이하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이 조건에 맞는 경우가 드뭅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 시행 이후 두 달간 정부가 약속한 저금리의 디딤돌대출을 받은 피해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우대도 해준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 비교해 고작 0.4% 포인트 이자가 더 쌀 뿐입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의 몇 배나 되는 집을 연리 3.65~3.95%의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의 몇 배나 되는 집을 사면 대출을 지원해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사실 그림의 떡과 같은 것입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지금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전셋집으로 옮길 경우 1.2~2.1%의 저리로 2억 4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 또한 마땅치 않습니다.

전세 사기를 당해 전세라면 치를 떠는 피해자들에게 다시 빚을 내서 전세를 가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신탁 전세 사기 피해자 대표인 정태운 씨는 "저희는 트라우마에 쌓여 있기 때문에 다시 전세 계약을 맺기가 너무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내더라도 월세를 가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또 다른 빚을 지라는 얘기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전국적으로 2만 6천 가구로 추산됩니다. 

지난 7월 말 현재 3,500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된 것보다 7배 이상 많습니다. 

지금까지 전세 사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5명이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선 구제 후 회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공적 기관들이 먼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인 뒤 시간을 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환수하는 방법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면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을 오는 12월 개정·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선 구제 후 회수 대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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