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안동과 예천에 걸쳐 발생한 전세 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피해 회복 지원은 아직 요원하기만 합니다.
검찰은 집주인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요.
피해자들은 책임을 미루는 집주인과 중개인들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입니다.
◀기자▶
"취업 공부를 포기하고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게 됐다."
"다른 곳으로 이사도 못 가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것 같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쓴 탄원서 내용입니다.
하나같이 엄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석 달 전, 안동·예천 지역에서 다가구주택 3채를 보유한 50대 임대업자가 30명이 넘는 세입자들에게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속이고, 보증금 1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최근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피해자들은 죄질에 비해 가벼운 구형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00 전세 사기 피해자▶
"(임대인이) 지금까지 반성하고 있거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이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저는 (구형) 7년을 받은 것도 너무 적다고 생각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우편함에는 미납된 전기요금 청구서와 전기 공급을 끊는다는 예고장이 쌓여 있습니다.
◀정00 전세 사기 피해자▶
"TV가 지금 현재 끊긴 상황이고요. 관리해 주시는 분이 없다 보니까 청소 같은 것들도 문제가 있고···"
"여전히 세입자들이 살고 있지만 건물 관리가 전혀 안 돼, 세입자들이 고장 나도 못 고친 가전제품을 이렇게 복도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으로 우선매수권이나 '경매·공매 유예' 같은 대책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의 선택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장00 전세 사기 피해자▶
"매수도 안 되고 거주도 안 되고 우선 변제금 대출도 안 되고, 누구 한 명이라도 나는 경매를 안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을 안 하면 경매로 무조건 넘어가게 돼 있어요. 다가구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3명도 재판에 넘겨졌지만, 일부 혐의는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중개사 등이 사과는커녕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최우선변제금까지 손대려 한다며 수사기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권00 전세 사기 피해자▶
"자기(중개사)가 000호를 계약해 놓았으니까 1차 경매에서 취소가 되고 2차 경매에 확보가 되면 자기 선순위 보증금을 받은 걸 준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경북도청에 접수된 도내 전세 사기 피해 건수는 모두 140건, 그중 절반가량인 74건에 대해 피해자 결정문이 발급돼 법적 대응과 금융 관련 지원이 제공되고 있지만 보증금 반환 등 완전한 피해 회복에 이른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영상편집 임유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