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이 예상됩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필두로 한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때문인데요.
미국은 대구·경북 지역의 2위 수출국이고 무역 흑자 기준으로는 1위 국가이기도 합니다.
미국 중심주의 강화로 통상 환경이 악화할 거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지역 주요 산업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보호주의 내세운 '트럼프노믹스 2.0'···대구·경북 수출에는 어떤 영향?
트럼프 2기 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에도 수입 상품에 10%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에는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습니다.
외국 기업이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반도체나 배터리를 생산하면,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주는 IRA 폐기도 공언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역 주요 산업별 대미 수출 영향 분석에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자동차부품, 중국 제재 시 반사이익 가능성···통상 제재 등 위험 요인도
먼저 지역 1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부품을 보면,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우회 수출 차단 가능성이 높아 국내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부정적인 요인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대미 흑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부품에 대한 추가 통상 제재를 할 가능성입니다.
트럼프가 유세 과정에서 2026년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과정을 이용해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환적에 대해 강력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 지역 기업도 조정 대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IRA 지원 축소할 경우 타격···백지화 어렵다는 관측도
이차전지 소재와 생산장비 수출에도 큰 영향이 예상됩니다.
이차전지는 2023년까지 지역 수출 1위를 지키다 전기차 수요 정체 현상(캐즘)으로 주춤한 상황인데요.
한기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이차전지 관련해서 특히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축소할 경우에 미국 전기차와 차량용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를 둔화시켜서 아무래도 우리 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배터리 소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 같고요. 또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우회 수출 차단 등에 대한 강화된 제재로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경쟁이 좀 완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ESS(에너지 저장 장치)용 배터리는 기존 대중국 규제 수준이 낮고 미국 수입시장 내 한중간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이라 미국발 대중국 제재가 시행되면 수혜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더 걱정되는 건 전기차 우대정책과 IRA 전기차 보조금 철회 등 친환경 차 산업의 지원 정책을 축소하면 전기차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 현상이 장기화하며 관련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IRA 폐기보다는 일부 수정 또는 제한 추진 전망도
트럼프가 IRA에 부정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의회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면적인 법안 폐기보다는 일부 수정 또는 행정적 수단을 통한 일부 제한을 추진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IRA 시행 2년간 미국 내 민간 부문에서 청정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한 금액이 4,930억 달러를 넘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할 수 있는데요.
관련 투자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미국 남동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IRA 폐지 반대 의견을 밝혔고, 의회 권한이 강한 미국 정치 특성상 트럼프 후보의 단독 의지만으로 IRA를 무력화하기는 어려울 거란 얘깁니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강화라는 트럼프 2기 경제·통상정책의 방향은 유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2기 한미 통상 환경이 악화하는 건 불가피할 거라며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한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