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25 직전 경산의 한 마을 주민들이 공산주의 비정규군, 이른바 빨치산으로 불리는 공비에 집단으로 희생된 '박사리 사건'이 있습니다.
70여 년 만에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상규명 결정을 내리며 피해를 인정했습니다.
경산에서는 코발트광산 사건도 있었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국가에 의한 희생이라는 슬픔을 공감하면서 올해부터는 두 유족회가 함께 희생을 추모했습니다.
김은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박사리사건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어떤 일이었나요?
◀기자▶
팔공산 산줄기 동쪽 끝 경산시 와촌면에 박사리 마을이 있습니다.
지난 1949년 11월 29일, 팔공산에 있던 공산주의 비정규군, 빨치산이 이 마을로 내려와 주민 38명을 살해하고 집 100여 채를 불태웠습니다.
빨치산 토벌 작전을 벌인 군경에 마을 주민이 근거지를 신고한 보복이었습니다.
◀앵커▶
2022년 추모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요?
◀기자▶
2022년 추모제는 처음으로 경산 코발트광산사건 유족회와 교류 참석하면서 의미를 더했습니다.
오랜 세월 두 사건 유족들은 직접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데도 반목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불행한 역사 속에 공권력의 부재 또는 잘못으로 같은 슬픔을 겪었다는 데 공감을 이뤘습니다.
두 유족회는 앞으로 평화문화 확산에 함께 노력할 계획입니다.
박기욱 박사리사건 유족회 간사, 최승호 코발트광산 유족회 이사 이야기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기옥 박사리 사건 유족회 간사▶
"억울하게 희생된 동질성을 갖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야 사상과 이념이 다를 수 있지만 유족들은 그것을 초월해야 하지 않습니까···"
◀최승호 코발트광산 유족회 이사▶
"이 사건들이 우리 당대에서 끝나버리면 안 되잖아요. 우리 후손들한테 이 아픔들을 잊지 않게 물려주기 위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서 이 사건들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들이 필요하고···"
지난 2012년 코발트광산 희생자들은 민사 소송을 통해서 피해를 보상받는 길이 열렸지만, 박사리 사건은 아닙니다.
피해를 인정받고 진상규명은 한 걸음 나아갔지만 피해 보상은 여전히 먼 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하면서 두 유족회가 함께 힘을 모을 방침입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들은 아직 우리 법원에서 보상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거든요. 전쟁 희생자들은 과거에 가해가 누구였는지 따지지 않고 화해할 수 있는 통합적인 배보상법이 필요하다···"
한국전쟁 전후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억울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 아픈 과거를 딛고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공감대를 이룬 만큼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