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두고 대구시 교육감 선거에 후보 두 명이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강은희 현 교육감은 일찌감치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항마가 없어 무투표 당선까지 거론되던 상황이었는데요,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받은 경북대 엄창옥 교수의 출마 선언으로 양자 대결이 성사됐습니다. 정당 후보자는 아니지만 강은희 후보는 강한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고, 반면 엄창옥 교수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와 대구참여연대 대표 등을 지낸 만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엄창옥 대구시 교육감 후보를 만나봤습니다.
Q. 대구시 교육감 선거도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집니다. 그런데 선거를 단 3주 앞두고 지난 11일에서야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가 있죠. 후보 등록 바로 하루 전이었는데요. 경북대학교 엄창옥 교수, 아니 엄창옥 대구시 교육감 후보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반갑습니다.
Q. 지금 출마 선언하신 지 내일이면 일주일이거든요? 일주일 사이에 많은 게 변하셨겠어요?
A. 서 있는 자리가 강당에서 시민 현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Q. 강단에서 시민 현장으로, 오늘은 또 이렇게 방송 현장에도 직접 생방송으로 함께하고 계시는데요. 기자회견에서 시민후보라면서 출마를 하셨습니다. 시민 후보, 이거 어떤 의미일까요?
A. 여기서 시민 후보라고 들으니까 좀 말씀이 그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구 시민이 250만인데 250만이 저를 다 지원했다면 거기 있을 이유도 없고 이미 결정됐겠죠. 그래서 말의 어폐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마는 그동안 제가 대구 시민의 여러 영역하고 같이 활동도 하고 또 교수로서 활동도 하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런저런, 특히 국채보상운동이라든지 정신대 할머니 문제라든지 청년 빚 문제라든지, 또 청년 예술가 활동 문제라든지 등등 이런 쪽, 또 그리고 교육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과의 함께 하는 일, 노동 현장, 이렇게 다니다 보니까 이분들이 교육을 바꾸어야 대구가 바뀐다는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저도 그 마음속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이 시민이니까 시민후보라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말이 좀 어색하기도 한데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도 함께 밀어주신다면 명실상부한 시민 후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교육 현장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고민하는, 그 모든 시민의 현장에 좀 함께하셨다, 이런 의미이신데요. 그런데 마음은 있었는데 좀 고심이 기셨던 건지 아니면 무투표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 이런 절박함 때문에 좀 마음을 늦게 먹으신 건가요?
A. 무투표 당선 때문에 나왔다는 것은 말이 될 수가 없고요.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교육 변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Q. 꾸준하게 하셨고···
A. 그 당사자가 나냐 하는 문제는 정말 고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역에 제가 아는 훌륭한 분들도 워낙 많으시니까요. 그래서 고민이 되었던 겁니다.
Q. 어쨌든 지방선거의 가치뿐 아니라 유권자 선택권을 위해서는 후보자가 나서신 게 참 다행한 일로 보이고요.
A. 감사합니다.
Q. 말씀하셨다시피 단순히 선택지를 보태기 위함은 아니실 겁니다. 교육감 선거, 어쨌든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이유가 있으셨을 텐데 후보님의 출마의 변을 이 자리에서 제대로 한번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여러분들의 조언과 충고를 들으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세종시의 최교진 교육감이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그분의 멘트에서 제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로 완성하겠다.
Q. 교육 수도, 왠지 좀 익숙한데요?
A. 그렇죠. 대구가 교육 수도인데 세종시가 교육 수도를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대구 시민들은 사실 대구가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안동이 대한민국의 정신문화 수도라듯이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대구 시민들이 원하든 원치 않던, 잠재적으로 대구가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는 거죠. 왜냐하면 돌이켜 보면 대구가 교육을 통해서 많은 인재를 배출하셨고 지역사회나 한국 사회의 튼튼한 모퉁이 돌이 돼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자부심이 있었던 건데 그것이 대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듣고 제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Q. 교육 수도를 빼앗길 수는 없다, 지켜야겠다는 마음?
A. 그래서 이런 교육 수도를 이전시킨다는 말의 뜻이 뭐냐 하면, 대구가 그동안 교육에 대해서 잠들고 있었다는 뜻이 되지 않습니까?
Q. 그런 얘기 하셨어요.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 동안 대구 교육이 잠들었다고 할 만큼 침체했다.
A. 그래서 변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는 것이 절감하게 되었고, 이것이 훌륭한 사람이 없다면 대구 교육은 반드시 변화시킨다, 그게 나라도 좋다, 시민의 부름에 응하겠다, 이렇게 해서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교육 수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침체했던 지난 시간에 대구의 교육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차별화하실 겁니까?
A. 대구 교육의 가장 큰 단점이나 문제점이 있다면 대구 교육을 어떤 곳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전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Q. 방향성 제시가 불명확하다?
A. 방향성 제시가 없었다. 그리고 대구 교육을 학생들을 자꾸 교실에 가두어서는 수도가 될 수가 없습니다. 대구의 교육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고 또 대구의 학생들이 대구에서 교육을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또 대구의 청년들이나 젊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러 다른 지역에 가지 않아도 되는···
Q. 굳이 유학 가거나 유출되지 않아도 대구에서 행복할 수 있는 학생들 기르겠다는 말씀이세요?
A. 그런데 지금 대구는 그렇지 않죠. 물밀듯이 빠져나갑니다. 아마 전국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교육 현장일 거예요. 그것은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 그렇다는 것은 대구의 교육 수도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그 불명확한 방향성, 비전, 그건 혹시 좀 구상하고 있는 게 있으실까요?
A. 물론 있죠. 그것은 전문적인 용어로 2015 교육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국가교육 과정인데 그 교육과정의 가장 큰 프레임이 한 명 한 명, 어린아이 한 명 한 명, 학생 한 명 한 명이 빛나는, 자기 빛깔을 내는 어린아이로 양육한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집단교육이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빛나는 학교를 만들겠다. 어떻게 만들 것이냐?
사실 이런저런 주관적 판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제가 만약 교육감이 된다면 대구교육과 관련된 모든 가족과 전문가들이 다 모이는 대구교육위원회를 아주 상설기구로 만들고, 거기서 대구의 교육 비전을 설계하고 10년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Q. 후보님께서 말씀하셨던 학생 한 명 한 명이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 전념하겠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교육위원회 상설기구도 말씀을 해주셨는데 결국에는 학생들의 교육 복지를 높이는 데 애쓰겠다.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A. 그렇죠. 그런 면이 있습니다. 복지라는 개념이 너무 좁을 수 있습니다. 교실을 살리는 일이에요. 교실과 학교가 살아나는 것이 한 명 한 명의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그것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면 교육 복지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Q. 그런데 단순히 학생들이 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교과서를, 또 문제집을, 또 대학 입시를 위해서 경쟁적으로 달리는 이 상황을 얘기하지는 않으시는 거예요. 교육의 현장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데 지금 사실 현실적으로 대학 입시에 대한민국의 모든 목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교육 복지가 우선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을 하게 됩니다. 여기는 뭐라고 이야기를 하시겠어요.
A. 교육복지는 조금 전에 말한 대로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에게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교육복지의 한 영역이고요. 또 대학 말고 특수학교라든지 실업계 학교라든지 특성화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 또 예술 영역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그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공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죠.
또 그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학생이 마음 놓고 학교를 가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공부하고 할 수 있는 공간도 교육복지 공간이죠. 안전이라든가 먹거리라든가 그렇죠? 학부모님 마음이 또 편해야 좋은 학교를 가든 하고 싶은 것을 하든 하는 가능성이 열릴 거 아니에요? 학부모의 부담도 덜어주는 것. 사실 이 모든 것이 교육 현장인 교실과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학교를 살리고 교실을 살리는 것이 진정한 교육 복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실제로 학부모님들 요즘 사교육비 부담이 굉장해서요. 가장 필요한 교육 정책으로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꼽기도 했고요. 그리고 또 실제로 이 사교육비라는 것이 또 지역에 따라서 좀 편차가 큽니다.
결국에는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는데 8개 구·군의 사설 학원 수라든가 사교육비 지출액, 월평균 가구 소득 등 교육 환경을 살펴보면 대구의 강남이라는 이 수성구와 서구, 남구의 격차가 심하거든요? 이런 지역 내 교육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하실 계획이신지요? 좀 현실적인 문제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A. 대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나 찍으면 대구 사람들은 잘 못 느낍니다. 그런데 다른 외지에 나가서 들으면 대구 교육 이러면 특정한 구만 지적합니다. 거기가 교육이 아니냐, 이게 말이 아니죠. 사람의 일부가 사는 곳이고 대구 지역의 많은, 유능한 가족과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곳이, 대구에서 어디에 교육을 받아도 동일한 수준의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교육의 수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른 아침에 불평등을 이야기해서 정말 죄송한데 사실 특정한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에는, 예를 들면 아까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부담 비율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은 3배 이상 차이 납니다. 예를 들어서 교육 인프라로 따진다면 사설 학원 수도 있을 수 있죠. 그런 경우는 5배 이상의 차이가 나요, 어떤 특정 지역하고. 이 문제는 이미 학교 안의 가족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자체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서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 정책의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거예요.
그래서 금방 말씀하신 대로 아이들이 수월한, 온전한 교육, 협동할 수 있는 교육, 또 심리적인 교육, 예술적인 교육, 놀이 교육, 전반적인 교육을 좀 낮은 수준의 지역으로 우선 투자하고 우선 집중하고 교사의 수를 우선 확충하고 교실 안에 있는 학생의 수를 좀 더 컴팩트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대구시 교육감에 출마 선언하신 엄창옥 후보님과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이 질문도 교육청의 현안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짧게 여쭙겠습니다. 낙동강 문제, 교육청 소관이겠습니까?
A. 저는 그것을 담당 소관이 어디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아이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당연히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귀를 열고 들어야 하며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아이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말씀은 낙동강의 독성 물질이 지금 검출이 됐는데 그것으로 길러진 식자재가 급식에 오를 수 있고 납품될 수 있고 아이들의 물놀이, 레저 활동에 위협할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 이 말씀이신가요?
A.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방안을 찾아야죠.
Q. 알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현역 교육감의 인지도, 프리미엄과 경쟁을 하셔야 합니다. 이제 19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인데 그야말로 벼락치기 하셔야 합니다. 후보님, 선거 전략 끝으로 짧게 듣겠습니다.
A. 선거 전략, 저는 강단에서 일단은 잠시 나와 있으니까 시민 여러분들이 계시는 곳곳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고요. 그리고 시민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교육 가족들까지 다 합쳐서 대구 교육의 가능성이 있구나, 대구 교육이 희망이 있겠구나, 이것을 이번에 교육감을 바꾸면 대구 시민들 모두가 대구 교육을 설계하고 동참해서 같이 꿈을 꾸면 대구가 진정한, 또 그리고 명실상부한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 대구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심어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Q. 대구시 교육감 엄창옥 후보와 말씀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A. 네, 감사합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하고요. 자주 불러주십시오.
Q.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