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설공단은 공공시설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민 복리 증진을 위해 지난 1993년 설립했습니다. 체육시설을 비롯해 도로, 교통, 공원, 경제, 문화복지 시설 등 6개 주요 분야에 26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음은 대구시설공단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펼친 사업 일부입니다.
2018년 2억 5천만 원을 들여 두류 워터파크 주변 화단 데크를 설치했고, 2019년에도 2억 원을 들여 같은 건물 주변에 목재 데크를 설치했습니다.
2020년에는 3억 원을 들여 서문주차장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대구시설공단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했지만, 이 예산은 엉뚱하게도 주민참여예산으로 집행됐습니다.
이처럼 대구시설공단은 주민참여예산을 마구 쓰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대구시설공단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대구시의 주민참여예산을 쓴 사업은 무려 40건. 금액으로는 34억 2,900만 원에 이릅니다.
대구시설공단 전 이사장 김 모 씨는 주민참여예산을 따내기 위해 직원과 직원 가족, 직원 지인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따냈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투표 기간과 투표 대상, 투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줬습니다.
조직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따내지 않았다?
대구시설공단 전 이사장 김 모 씨는 지난 2018년 4월 9일 예산 관련 업무 팀장에게 "직원들이 주민 제안사업을 적극 발굴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씨는 또 지난 2018년 7월 공무원이 주민 제안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례가 바뀐 이후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주민 제안사업 공모에 접수할 사업을 발굴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주민참여예산 편성 관련 업무가 공단의 소관 업무가 아니고 직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이고, 주민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부당 개입했습니다. 심지어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선정되도록 간부회의에서 사업 관련 보완 회의도 하는 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공단은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참여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제도에 부당 개입했는데도 제도의 취지를 저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을 주민으로 인정하는 조례가 다수 존재하는 게 이유였습니다.
공무원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만연?
대구시는 지난 2018년 '주민참여예산제도' 관련 조례를 수정했습니다. 공무원의 부당 개입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조례를 개정했는데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수성구청 공무원이 수성구의원들에게 주민참여예산에 사업을 신청하도록 휴대폰 문자를 돌리다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공무원이 사업을 계획해 놓고 지인이나 가족을 동원해 주민참여예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이 말합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굉장히 만연해 있다는 거죠. 이것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제안하고 직접 심사하고 결정해야 하는 주민참여제도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나쁜 행위다, 이렇게 봅니다"
담당자 사라지고 뒤늦게 사과
대구시설공단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된 뒤 담당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응대를 피했습니다. 모 간부는 "그게 뭐 대수냐? 우리를 위해 예산을 쓴 게 아니고 시민들을 위해 쓴 건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했습니다.
고객홍보팀장은 예산 타령을 했습니다.
김다영 대구시설공단 고객홍보팀장 "굉장히 풍부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거든요? 항상 최소한의 돈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저희가 그 안에서 운영의 묘미를 구하고자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저희가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은 대구참여연대가 2021년 4월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대구시설공단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뒤 밝혀졌습니다.
대구시설공단은 대구참여연대가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와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대구시설공단뿐만이 아니라 일선 구, 군청, 읍면동, 다른 산하기관도 이런 부당 개입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왜 우리만 혼내냐는 식이죠.
대구시설공단은 기자의 계속된 취재에 홈페이지에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감사원은 부당 개입을 주도한 팀장 3명에게 주의를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