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해 꼭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도록 하자는 제도가 '주민참여예산제'입니다.
그런데, 주민이 아닌 공무원들이 이 예산을 마구 쓴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일선 구·군과 산하기관 공무원들이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대구 MBC 취재 결과, 더 확인됐는데요,
특히, 대구시설공단은 감사원 적발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대구시민에게 사과했습니다.
한태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최근 5년 동안 대구시설공단이 진행한 사업들입니다.
지난 2018년 2억 5천만 원을 들여 두류 워터파크 주변 화단 데크를 설치했고, 2019년에도 2억 7천 2백만 원을 들여 대구실내빙상장 관중석 구조를 개조했습니다.
2020년에는 2억 원을 들여 빙상장 건물 입구의 철골 구조물을 교체했습니다.
시설공단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했지만, 이 예산은 엉뚱하게도 주민참여예산으로 집행됐습니다.
이 사실은 대구시설공단이 주민참여예산제에 주민인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부당 개입해 예산을 마구 사용하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부당 개입하다 적발된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0건에 34억 2,900만 원에 이릅니다.
대구시설공단 전 이사장 김 모 씨는 주민참여예산을 따내기 위해 직원과 직원 가족, 직원 지인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따냈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투표 기간과 투표 대상, 투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줬습니다.
대구시설공단은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조례가 바뀌기 이전인 2018년 이전에도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다영 대구시설공단 고객홍보팀장▶
"저희가 이전에 시민들을 위해서 저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관해서 이것을 제안해서 (주민참여) 예산을 땄던 부분들은 있습니다."
대구시는 지역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지방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꼭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도록 지난 2015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3년 집행할 예산은 190억 원, 해마다 예산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부당 개입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수성구청 공무원이 수성구의원들에게 주민참여예산에 사업을 신청하도록 휴대폰 문자를 돌리다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굉장히 만연해 있다는 거죠. 이것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제안하고 직접 심사하고 결정해야 하는 주민참여제도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나쁜 행위다 이렇게 봅니다."
감사원은 대구시설공단 직원 3명에게 주의 조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대구시설공단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고도 주민참여예산의 부당 개입 사실에 대해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다가 대구MBC 취재가 시작되자 홈페이지에 대시민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